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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살 ★ 빛의 펀치

  • 작성자 모모코
  • 작성일 2023-08-08
  • 조회수 678

밤마다 검정이 엎질러진 지붕 위를 달리는 소녀들

우리를 밟으면 사랑에 빠진다는데과연

으깨진 딸기처럼 붉게도 빛난다 밝게도 빛난다

오늘밤에도 뭉개진 몸을 끌어안고 날리는 빛의 펀치

여름은 단단하게 말아쥔 주먹을 대각선으로 통과하는 

품이  교복 안으로 사랑을 쏟아넣고 조금씩

그림자의 모습으로 발목을 갉아먹는 어둠을 거둬낸다

소녀들 붉게 반짝이는 머리 보고서는 

늙은 담임이  마디  학주  마디 

도돌이표가 우리를  누르면 새어 나오는 무지개

자정에는 시계 대신 하트를  눈에 그려넣고 뛴다

저는요 빛의 전사예요 거부할  없는 

분홍빛 일렁임을 남보다도 많이 품고 있는그러니 

머리카락이 뱉는 빛깔로 하늘에 자수를 놓으며

나아갈 거예요 날아갈 거예요 종아리엔 날개가 돋고

건물 사이로 무더위 갈라지며 괴수가 나타날 

필살기를 꺼내든다 우리에겐 무기는 필요 없어요 오직

  가득 들어찬 꿈결처럼 들어찬 알록달록하고

말랑한 마음의 빛이면 되는 걸요

우리의 눈동자가 익어가요 초록에서 새빨간

얼굴을 가져가는 열매들처럼 꿈결같이

밟으면 밟을수록 빛이 나는 전사들 오늘도 

손을   채로 흘러가는 웃음을  채로 달린다 

밤과 괴수와 계절과 사랑을 밝히기 위한 질주

가로등 위에 앉아 어둑한 고개를 드는 것들에 

필살 빛의 펀치를   날려준다




*김행숙인간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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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고 라운드

얇은 이불 뒤집어쓴 채 여름 한낮으로 스며든다 늙은 선풍기의 고개, 자꾸만 아래로 향하다 달달거린다 조금도 다가오지 않는 햇볕에 늘어지는 그림자를 받아 마신다 점점 단단해지는 창틀의 그림자를당신을 위한 수식어를 고민하다 바닥에 녹아든다 마룻바닥마다 미완성 하트 기호가 달라붙는다 이건 모두 당신의 방향으로 띄워 올리다 실패한 것이고빛이 침묵하는 방, 그곳에서 침몰하는 나, 창가에 누워 파도처럼 여행을 떠난다 매미의 울음 자장가 또는 장송곡 삼아서 끝도 없이 멀어진다 세상의 귀퉁이로속눈썹으로 물이 들이닥치는 시간, 난파선에서 깨어난다 입에서 헤엄치던 비밀은 물거품처럼 새어나오고 손끝이 투명해진다 지문처럼 새겨져 있던 불온함은 은밀해지는 중, 이곳에서라면 당신을 향한 수식어가 성립될 수 있겠어무지개 비늘을 달고 난파선을 건너가는 물고기 두 마리를 본다 한 마리를 따라 다른 한 마리가 따라가고 있다 그것이 수컷인지 암컷인지 중요하지는 않다 다만 바다로 스며드는 햇볕, 한 줌 빛이 물고기들의 이마를 쓰다듬는다문득 물고기가 된 당신을 생각하다가 적당한 수식어를 골라내본다 망설이는 사이 입술로부터 눈물처럼 흘러가버린다 나는 조금 더 투명해지며 뼈대들 하나 둘 드러난다 갈비뼈 하나를 뽑아버린다 당신에게심장을 내어주고 싶어서마음을 움켜쥐는 순간 다시 방이다 바다에서 헤매다 얻은 한 방울의 물이 눈에서 굴러떨어진다 사랑을 담아, 그런 말을 쓰고 싶었던 내가 빛 들지 않는 방에 누워 있다 아직은 모서리에서

  • 모모코
  • 2024-02-16
어느 거실

나는 당신의 물음으로부터 잉태되었다. 당신의 눈동자 가장 깊은 곳에는 료가 살았다 료,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 질문들은 진물처럼 부풀어 오른다. 그 사이 료는 준비를 한다. 소년 대신 아버지라는 이름을 가져가는. 우리에게는 집이 필요하겠어. 료는 중얼거리고 당신은 다시 질문한다. 나를 사랑할 수 있겠어? 당신의 배와 함께 커져가는 의문. 증명을 바라고 한 대답은 아니였어. 하지만, 당신이 품고 있는 모든 것들이 몸집을 부풀리는 시간. 너의 곁에 있으면······ 나는 풍선이 된 것 같아. 알아? 터질 것 같다가도 붕 뜨는 기분들. 그리고 료,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는다. 그것은 하나의 방식이다. 소년으로부터 아버지의 껍데기을 갖춰입는. 료, 답장 대신 벽돌집을 만들어다 줬다. 이 거리에서 가장 커다란 집과 새빨간 지붕 그건 아무래도 당신과 어울리는 지붕, 붉고 가파른 언덕이 하얀 마을 사이로 떠올랐다. 매일 알맞은 온도로 녹아내린 태양이 매달리고 창문마다 햇볕이 맺히는 집. 당신은 너무나도 커다란 집의 안쪽까지는 햇빛이 들지 않는다는 걸 몰랐다. 불안이 두 눈에 맺힐 때마다 당신은 다시 물음을 던지고 료는 나를 품에 안겨주고 당신에게는 이게 필요하겠어, 완벽한 거실의 형태를 위하여. 나를 건네는 료의 목소리는 이미 수만 갈래로 찢어져 있었다. 세간에서는 료가 아버지 역할에 익숙해졌다고들 했다, 나는 얼굴이 새빨개진 채로 울고 료는 거실의 반대 방향으로 걷는다. 그것 또한 하나의 방식이었고 료, 내게는 커다랗고 머나먼. 입을 맞추던 소년과 소녀의 마음은 어디로 출국했을까, 바람을 따라 걸으면 집이 나왔다 벽돌로 온전하고 짙은 빨강에 완전한. 물음들이 갈고리가 되어 햘퀴고 간 흔적들이 보인다, 죄다 움푹 파여있다 당신의 눈동자처럼. 너는 나를 사랑할 수 있겠니? 당신은 내 어깨를 쥐었고 나는 언젠가부터 온전한 자리를 원했다. 그러나 그것이 주택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단 한 번도 벽돌집을 벗어난 적 없었으므로, 내가 몸을 웅크리고 손을 빨던 곳을 기억한다. 시뻘겋게. 옹알이 대신 당신의 눈을 맞출 수 있을 때 쯤 나는 나의 이름을 발음할 수 있었다. 가장 선명한 불협화음으로.

  • 모모코
  • 2023-12-27
진짜 천국

그거 알아?시인의 언어는 신의 언어래, 시인의 언어, 빠르게 발음해 봐. 이오는 구름에 세상의 모든 비밀을 덧그리며 중얼거린다. 나는 신이 있냐고 물었을 뿐이야 시인 같은 건 관심도 없다고, 말하는 나의 말을 끊고 이오가 웃는다.야트막한 언덕, 길게 자란 풀 사이로 옅게 번져가는 여름 나는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우리의 발아래로 펼쳐지는 마을의 풍경은 화목하지만 단조로웠고 사람들의 두 눈처럼 검고 검은 벽돌 사이를 달려서, 이오와 나는 언덕으로 올라간다 언젠가의 꿈에서 만져본 적 있는 무지개를 채집하기 위해 신이 없다면 오만 가지 색깔로 쪼개지는 빛도 없을 것 같아. 팔월의 빛은 우리가 숨겨둔 마음을 물고 달려온다. 눈이 부시고이오는 웃는다. 나는 한숨과 함께 이야기를 풀숲에 풀어놓고 신도 있고 사랑도 있어서 신이 우리를 사랑했으면 좋겠어. 고개를 들어 새들이 걸어가는 방향을 본다. 얌전하지 않아도 괜찮은 마을을 하나 만들고 싶다. 그동안 이오는 편지지 위에한 편의 시를 써낸다. 나는 사실 이오의 시를 이해할 수 없다. 그치만 믿을 수는 있어서. 이오가 편지지에 어떤 주름으로 이야기를 만들었는지 무엇을 찌그러뜨렸고또 무엇을 펼쳤는지는 읽어낼 수 있으므로 눈을 감고 손을 펼치면 무수한 빛이 달라붙는 것만 같았다. 나는 이오의 언어를 빠르게 발음해본다 넘어지거나 깨어지며 다른 뜻이 되기도 하는 말들 나는 그런 오독으로부터 신의 리듬을 읽어낸다. 그건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디서부터 왔는지는 알 것 같고 이오와 함께 웃는다.신이 있다면 정말로 이 언덕에 있을 것만 같다.

  • 모모코
  • 2023-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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