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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펀치 드링크! (퇴고)

  • 작성자 모모코
  • 작성일 2023-09-10
  • 조회수 396

나의 주먹빛의 펀치를 한 번 마시면 잊지 못할 걸 알죠.

 

아직은 익어가는 중인 사랑을 쥐어 보아요오늘밤에도 그렇게 달리죠누군가 검정을 지붕 위로 쏟았군요도시는 체크무늬 식탁보달빛이 그려낸 풍경 위로 그림자가 스며듭니다한 잔의 컵에 담긴 눈물처럼 거리는 몸을 웅크리고요그 위 달리는 소녀들우리를 밟으면 사랑에 빠진다는데* 과연 으깨진 딸기처럼 붉게도 빛나는군요밝게도 빛나는군요.

 

뭉개진 몸이라면 서로를 더 잘 끌어안을 수 있겠지요손을 잡으면 손금 사이로 빛이 스며듭니다떠오른 딸기처럼 달달하고 끈적하게 녹아드는 여름울부짖는 매미는 하나의 화음이군요바람은 단단하게 맞잡은 손을 대각선으로 통과하는 밤이 우리를 베어내도 우리를 막을 수는 없군요품이  교복 안으로 딸기 펀치를 쌓아두고요.

 

선생님 이게 다 한 방의 필살기를 위한 거예요붉게 반짝이는 머리 보고서는 담임이  마디  학주  마디 다시 지나가는 윤리 선생님 한 마디도돌이표가 우리를  누르면 새어 나오는 백 마디의 빛점선으로 떨어지며 사랑과 풍경을 박음질해요자정에는 시계 대신 하트를  눈에 그려 넣고 뛰어요,

 

그래요 나는 빛의 전사예요딸기 위에 내려앉는 설탕 같은.

 

머리카락이 뱉는 빛깔로 하늘에 자수를 놓으며 나아갈 거예요 날아갈 거예요종아리엔 날개가 돋고건물 사이로 천둥처럼 무더위가 갈라지죠괴수가 나타날 때 꺼내 들어요펀치우리에겐 무기는 필요 없어요오직 알록달록하고 말랑한 마음의 빛이면 되는 걸요  가득 들어찬 꿈결처럼요.

 

우리의 눈동자가 익어가요초록에서 새빨간 얼굴을 가져가는 열매들처럼밟으면 밟을수록 달콤해지는 전사들오늘도 질주하죠골목을 틀어막는 괴수가 입을 벌려요우리는 그 사이로 딸기 펀치 드링크 한 잔을 부어버리죠잔뜩 취해 녹아내리는 어둠비틀거리며 땅으로 달라붙는 그림자도시가 흠뻑 물들어 가네요우리의 머리칼 같은 색깔으로요.



*김행숙인간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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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모코
  • 2024-02-16
어느 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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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모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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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모코
  • 2023-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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