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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서 변명을 늘어놓았다

  • 작성자 예리
  • 작성일 2023-10-16
  • 조회수 474

사랑하고 싶은 것들이 정말 많았다


무언가를 배우고 알아가는 것, 글을 쓰는 것, 몰두하는 것

어쩔 때는 쉴 틈 없는 일상이 사랑스러웠고


아니면 안개 낀 새벽의 외출이나 다리 밑 반짝이는 물을 바라보는 일


혈연관계를 맺은 인간들, 같은 반 학생들,

길거리의 행복한 사람 그리고 불행한 사람들, 힘이 없는 사람들


사랑해도 혼나지 않는 꿈*이란 건

분명 어린 시절의 꿈이 아닐까 해서


사랑하고 싶었고

사랑할 시간이 부족했고

사랑하는 데에도 돈은 들었다


사랑할 기회가 있는 그 아인 아무거나 사랑하지 않았는데




*황인찬 - 무화과 숲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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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누

사람은 책이 되었다 책에서는 칠십년의 냄새가 난다책에서는 십오년의 손바닥이 보인다 책들을 불태우면 잿빛이 흩날린다어렸을 때 불장난 한 기억이었다 손에서 불꽃을 놓지 못한다공중으로 얼룩말 사슴 물고기 그리고 아누가사라지는 걸 봤다 사람은 책이 된다 그 책은 백년동안 읽는다제일 아끼는 부분에 도장이 찍힌다 토야의 발자국이 희미해진다 그 검은색 종이들이 때로는사람 하나만큼의 구멍을 만들기도 했다

  • 예리
  • 2024-05-18
매미

잠시 기다려주세요 그건 매미의 울음소리였다지금도 나무를 바라보면 들을 수 있어 정말 더운 7월이었어 네가 해를 몰고 나타나면 너무나도 아름다운 광경에 그만 매미로 변해버리곤 했지 그게 매미의 눈이었는지 사람의 눈이었는지도 모르겠어서 그저 울기만 했다 너는 내 나무였어 아주 커다랗고 울창한, 녹색 바람 따라던 네가 나에게만 그렇게 보였던 걸까 그렇지만 여름은 짧아 몹시도 짧은 이 계절이 원망스럽기도 했고 울다 지친 내게 하늘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하면.....떨어뜨리지 말아주세요작은 틈새 너머로 노을이 붉게 빛나고 있었다

  • 예리
  • 2024-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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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에 내다 놓은 그릇에 물이 차오르지 않은 날에네가 오게 해달라고 빈 적이 있다물을 받기에 마땅한 것이 없으면 깨끗한 양손으로 강가에 나갔다사람 뼈를 정성스레 씻고 있는 네가 있다어디에 쓸 것들인지는 모르는데나는 옆에 쭈그려 앉아 뼈 대신에 손을 씻는다 흔들리는 물결 사이로 그릇인지 얼굴인지 모를 것을 보았다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 내가 너를 사랑하는 것처럼 그런데도 너는 한 번도 내 뼈를 씻은 적 없는 것처럼, 무신경하다는 말이 두 가지로 해석되어 사랑을 괴롭히는 것처럼 시간이 부족하다는 건 변명이었다그 정도의 사랑이라고 믿지 않았다 그릇을 씻는다깨끗하게, 너를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부서지고 있었다는 사실도 모른 채

  • 예리
  • 2024-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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