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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문청에게 묻다. -현실의 세테를 자신만의 시각으로 풀어내는 안호진군의 인터뷰.

  • 작성자 백년어 물고기
  • 작성일 2013-08-15
  • 조회수 376

부산의 문청에게 묻다. 


 


 


-문학을 하면서 겪는 많은 희노애락과 고통을 나누기 위해 시작된 작은 인터뷰입니다. 이 인터뷰를 보고 좀 더 많은 분들이 문청의 희노애락에 공감하신다면 저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겠습니다.  


 


다섯 번째 인터뷰는 부산금성고등학교에 재학중인 안호진군의 인터뷰입니다.

 

 

일러두기- 좀 더 리얼한 인터뷰를 위해서 사투리는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넣었습니다.

 

 


 


민혁: 문학을 하는데 고충이 있다면?


      


 


호진: 문학을 하는데 일단 시를 쓰는데 애들끼리 소통이 전혀 없다. 내가 시를 쓰면서 시를 쓰는 애들이랑 소통을 해보는 게 손에 꼽을 정도다. 또 있다이가. 이거는 개인적인 건데 백년어강의에서도 말했는데 시를 쓸 때마다 항상 처음 쓰는 것 같다. 너무 어렵다. 소설은 잘 모르겠는데.


      


 


민혁: 만약에 글을 쓰지 않았더라면?


      


 


호진: 글을 쓰지 않았더라면? 아, 이건 진짜, 상상이 안 간다. 내가 글을 쓰기 위해서 태어난 운명인 것 같은데 내가 그래도 글을 쓰지 않았더라면 이과생이 돼서 천문학과를 가기 위해서 열심히 공부를 했겠지. 근데 내가 수학을 더럽게 못한단 말이야. 그래서 실패한 이과생이 돼서 뽈뽈거리다가 어떻게 되겠지. 아, 내가 진짜 어렸을 때는 글을 쓸 때는 별을 보면서 천문학자의 꿈을 키웠는데 지금은 글을 쓰고 있네. 아쉽다.


     


   


민혁: 별을 딱히 좋아하는 이유가 있나?


      


 


호진: 별을 보면 있다이가. 마음이 편안해지고 별을 보면 바다를 보는 거랑 똑같은 것 같다. 우리 집이 산꼭대기에 있단 말이야. 옛날에는 별이 많이 보였어. 시골에서 별이 많이 보이는 것처럼 보였는데. 지금은 안 보이지. 별을 자주 본다는 건, 그렇소.


 


 


민혁: 소설을 써보고 싶은 마음은 없나?


      


 


호진: 소설, 어제도 소설을 썼지. 처음에 내가 소설을 쓰려고 했단 말이야. 근데 쓰면 쓸수록 내가 완성을 못하는 거야, 항상. 반쯤에서 끝나고 한 페이지에서 끝나고. 내가 도저히 그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길게 못 쓰겠다. 그러다가 시를 썼지. 소설은 내하고 전혀 안 맞는 것 같다. 내 성격이 소설처럼 길게 늘어뜨리는 게 아니다. 말할 때도 요점만 꼬집어서 말하거든. 어떤 사람들은 그걸 위트 있다 하대. 소설은 나랑 안 맞다. 그래서 난 안 쓸 거다.


 


 


민혁: 글쓰기 인생에 영향을 미친 사람이 있다면?


 


  


  


호진: 많지만, 세 명을 들어보자면 첫 번째는 아버지, 그리고 첫사랑, 그 다음에 최근에 만난 김수우 선생님.


      


 


그러니까 아버지는 예술가였어. 서양학, 목공예 다하시는데 예술가야. 내가 어릴 때부터 아빠공방에서 항상 놀았거든. 좋든 간에 싫든 간에 아빠의 예술작품을 보면서 자랐고 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고된 시간들을 봐왔고 짧게는 한 주하고 길게는 한 달까지 열심히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톱밥가루 마셔가며 일하시고. 그러니까 내가 어리 때 본 세계는 그게 전부였어. 예술, 그래서 아버지는 내가 어떤 예술가가 되던 간에 예술가의 씨앗을 내한테 심어놓은 거지.  


   


   


두 번째는 첫사랑. 내가 글을 쓰는 씨앗을 틔우는 건, 첫사랑. 처음에 소설 쓰다가 중3때, 시로 바꿨어. 그때 내가 짝사랑을 하고 있었는데 열심히 사랑에 관한 시를 쓰다가 고1때 첫사랑을 만났지. 그때 뒷통수는 여러 번 쳐 맞아 가지고 그때 너무 힘들었어. 시를 제대로 써보자는 마음이 들었지. 그래서 그때부터 시를 열심히 썼지.


      


 


그리고 김수우 선생님은 내가 시를 어떤 방식으로 쓰고 그런 것보다 내가 글을 왜 쓰는가, 이 글을 써서 무엇을 하는가, 시야를 넓혀주신 분이 김수우 선생님. 지금 김수우 선생님의 얘기를 듣고 문화의 불모지인 부산을 문화의 도시로 만드는 거. 이게 백년어랑 지금 말하고 있을게 똑같지. 그리고 또 내 꿈이 뭐냐면 부산에 예술 공동체를 만드는 거야. 문학뿐만이 아니라 철학이랑 심리학이나 이런 다양한 분야에 있는 사람들을 통합해서 하나의 공동체를 만드는 거지. 그래서 그 공동체를 시민들과 자유롭게 오고가면서 교류를 하면서 공동체를 만들어서 소통을 하는 거지. 그러니까 부산을 아시아최고의 문화도시로 만드는 게 내 꿈이다.


  


 


 


민혁: 글쓰기가 예술에 가깝다고 생각하나, 인문학에 가깝다고 생각?


      


 


호진: 문학은 뭐랄까, 좀 섞여있다고 봐야지. 문학이 무엇이다 라고 정리하다고 힘들고. 모든 게 복합적으로 섞여있는 것 같다.


 


민혁: 글을 쓰는 것을 포기하고 싶었던 적이 있다면?


      


 


호진: 글이 포기 했던 적도 있고. 포기하고 싶었던 적도 많았지. 근데 있다이가 쓰기 싫어서 발버둥 칠 수도 있다이가. 아이러니하게도 결국 다시 글을 쓰고 있대. 뭐랄까, 그게 글을 쓰기 싫어서 안 쓴 게 아니고, 그러니까 포기 한 게 아니라 내 몸이 너무 힘들어서. 그냥 휴식기를 갖자 해서 요즘에도 글을 쓰기 싫은 때가 있어. 그럼 그럴 때는 스트레스 안 받고 그냥 책 읽고 시상을 수집하고. 글을 포기하고 싶지 않고. 잠시의 여유일 뿐이지.


      


 


민혁: 시를 구상하는 방법은? 


   


   


호진: 여러 곳에서 오는데 일단 사물이라고 봐야지. 길을 가다가 어떤 물건을 보면 뭔가 떠올라. 갑자기 막 내 머릿속에 막 뭔가 들어오는 것 같거든. 그렇게 하면 딱 구조가 잡혀. 다 그렇게 쓰는 것 같다.


      


 


민혁: 인상 깊은 연애경험은? 


   


   


호진: 이거 꼭 해야 되나? 당연히 첫사랑이지. 이 전에 애가 이걸 물어봐야 했다. 고맙다, 참. 첫사랑이 왜 기억에 남냐면 이게 좋아서 기억에 남는 게 아니라 정말 싫어서 기억에 남는다. 그때 정말 싫었어. 첫사랑이 내한테 아픔을 준 게 아니라 첫사랑이 나를 폭행한 것 같다. 진짜 나는 첫사랑에 많이 시달렸다. 시를 쓰게 한 것도 첫사랑이고.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딱 첫사랑인 것 같다. 고맙다, 참. 


   


   


민혁: 이 시를 쓰게 된 계기는?


 


      


 


<신세대 춘향과 몽룡>


 


군대에 갔다 올 동안 기다려주겠느냐?


서방님, 기다리겠습니다!


M모텔 앞에서의 키스


 


삭발한 몽룡이 논산 훈련소로 떠나자


루이비통, 샤넬, 구찌를 주렁주렁 메단 춘향은


변 사또에게 달려가 팔짱을 낀다


 


휴가 나온 몽룡은


향단이와 함께 M모텔


 


변 사또와 춘향, 몽룡과 향단


M모텔 앞에서 서로 마주치자,


말없이 그냥 지나쳐버린다


   


   


   


호진: 뭐랄까 좀 복잡한데 이 시를 쓰게 된 계기. 내가 왜 이 시를 썼냐면 이런 시속의 내용들을 내가 봐왔거든. 근데 이민아 선생님은 뭐랄까. 조금 청소년답지 않다고. 근데 나는 실제로 이런 것만 보아왔고. 내 친척들 중에도 더럽고, 역겁고, 이런 애정관계가 엄청나게 많았어. 청소년이지만 내가 봐온 거 이거였거든. 그러니까 내가 본 걸 여기에 그대로 쓴 것 뿐이다. 내가 본 걸 여기에 쓰고 싶었다.


   -노트북으로 시를 쓰고 있는 안호진군.


 


 


민혁: 이 시로 딱히 표현하고 싶었던 게 있었다면 


      


 


호진: 인간들이 너무 사랑을 가볍게 한다고. 옛날에는 그렇다고 너무 심각하게 사랑을 해서도 분명히 문제가 있고, 근데 요즘 사람들은 반대로 너무 쉽게 사랑을 하거든. 뭐랄까. 내가 쓴 시중에서 인스턴트라는 시가 있는데 그 시에서도 표현하고 있는데 비유하자면 사랑을 무슨 자판기에서 코카콜라 뽑아먹듯이 다 먹고 버리고, 또 마시다가 버리고. 나는 그거를 말해주고 싶었다. 그거를 사람들한테 꼬집어 주고 싶었다.


      


 


민혁: 머릿속에 기억에 남는 구절이 있다면?  


   


   


호진: ‘박제가 된 전제를 아시오.’


이상의 소설 날개에 첫마디. 그걸 보면 내가 천재가 아니라도, 천재라고는 쓰여 있지만 모든 예술가를 뜻하는 것 같거든. 거기에 모두가 포함이 돼있는 거지. 나도 포함해서. 근데 여기서 박제가 돼있단 말이야. 답답하겠지. 그 구절이 떠오를 때마다 이 답답함 속에서 어떻게 벗어나야 하나. 왜 이게 답답한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민혁: 다음 인터뷰 대상자한테 하고 싶은 질문은?  


   


   


호진: 당신에게 30초가 남아있다면 무엇을 할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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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건

  • 제이민

    사진이 안 들어가네요. ㅠㅠ 사이트가 업데이트된 후에 다시 한 번 해보겠습니다.

    • 2013-08-15 15:32:05
    제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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