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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자유롭게 서술해 봅시다 (100점)

  • 작성자 윤별
  • 작성일 2018-03-26
  • 조회수 571

이건 수필로도 못 쓸 거 같고 시로는 더더욱 못 쓸 거 같고 네 그래서 그냥 즐겁게 사담으로나 왔어요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자유롭게 서술해 봅시다 (100점)


 


고삼은 환멸입니다 정말이지 환멸이 가득차서 아무것도 못 하는 일상이 반복되고 있어요 음 효율적인 공부를 위해서는 모든 것에 무뎌지는 게 필요하다고 합니다 어느 정도 동의해요 주위를 둘러보지 않아도 될 만큼은 무뎌야만 온 집중을 공부에 쏟을 수 있더라고요 제가 제 삶을 너무 사랑해서 그런지 시를 너무 사랑해서 그런지 최소한의 예민함은 갖추고 있어야 시를 쓸 수 있는데 그리고 당위와 욕구가 충돌하는 건 윤사시간에만 배워도(맞나요?) 충분한 것 같은데 혹은 시를 사랑하지 않아서 그런 건지 슬럼프는 무슨, 원래부터 시를 쓰면 안 되는 사람이 아닌가 생각하는 중입니다 사실 제 시의 연료는 한때는 불행이었고 저였고 공격적인 분노 혹은 절망이었고 한때는 저와 가장 먼 것이었으며 한때는 충분하지 못한 결핍에 관해서였고 한때는 어떤 새로움에 관해서였고 한때는 너와 나와 우리에 관해서였고(지금도 현재진행중인 것 같지만) 한때는 언어의 첨단을 다루는 감각이었는데, 나아가려고 하면 발목이 잡히는 건 제가 경험이 부족해서일지도 모르겠어요 조급하거나, 빨리 성장하고 싶다거나 이런 부류의 한탄은 아니에요 다만 의식적으로 무뎌지는 일이 너무 슬픕니다 이건 다 제가 고삼이라 벌어지는 일이에요


 


아, 근황을 얘기해 볼까요 글 얘기로 시작했지만 이런 것도 가끔은 즐거울 거 같아서요 시 쓰는 거랑은 조금 많이 다르네요 머리에서 정제되지 않은 무언가를 토해내는 게 굉장히 오랜만인 거 같아요 일단 고삼의 본분에 맞게 수특이라던지 자이스토리라던지 마더텅이라던지 스톱워치와 함께 자고 깨고 있습니다 학교에선 합평회에서 배운 선택적 수용이라던지, 선택과 집중, 주로 선택에 관련된 어떤 관념들을 똑똑하게 사용하고 있어요 다시 말하면 자습을 합니다 고삼이 다 그렇죠 뭐 오늘은 삼모 성적표를 받고 예상보다 높기도 하고 낮기도 한 점수들이 우스워서 죽을 거 같았습니다 밤에는 모의고사를 좀 풀어봤어요 21번을 맞고 14번을 틀리는 건 어떤 바보가 하는 짓인지도 모르겠어요 이거 좀 고해성사 하는  거 같은데 저만 그런가요


 


그런 김에 좀 더 하죠 뭐 사실 요즘은 모르겠는 일 투성입니다 새롭게 배우는 것보다 조금 더 내게 익숙하게 하려고 드는 일이 잦아요 왜 오랜 연인 이하 친구 이상의 사람들이 썸은 아닌데 소중한 사람들한테 으레 하는 말들 있잖아요 오랫만에 봤을 때 잘 지냈냐고 혹은 건강했냐고 손목이 나가서 엠알아이를 찍었고 매일 아침 골골대는 삶이지만 나쁘지는 않습니다 일단 정체해 있지는 않아요 매일 이키로 이상씩은 뛰고 있고 기록도 많이 줄었습니다 체육대회 날에도 공부를 하고 싶어서 정확히 말하자면 해야 할 것 같은 위험한 기분이라서 출전은 많이 하지 않지만 계주로 뛰기로 했어요 영양제는 꾸준히 먹고 있고 약도 먹는 날보다는 빼먹는 날이 더 많지만 그래도 예전에 비해서는 몸을 챙기기로 했습니다


 


조금 슬픈 일도 있어요 원인 불명의 통증에 관해서예요 목표를 이루려면 죽기살기로 공부해야 한다고 해서 그렇게 따랐는데 어쩌면 그걸 이루지 못할지도 모르겠어요 밤에도 몇 번씩 아파서 뒤챕니다 아주아주 사소한 일이에요 신경쓰고 싶지도 않고 신경쓰지도 않을, 그리고 그건 다들 희망이라고 부르더라고요 희망은 절망이 있어서 희망이라고 불리는 것도 알아요


 


글 얘기를 해볼까요 다시, 소설은 거의 쓰고 있지 않습니다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게 이유라면 이유이지만, 지금은 소설을 쓰자고 할 만큼 한가하지 않아서 슬퍼요 11월 수능이 끝나면 이야기를 많이 쓰고 싶네요 감상 및 비평에 올리려고 준비하던 작품이 네 작품인데, 아직 시작조차 못한 게 그 중 세 개 갈아엎었다가 떄려친 게 하나예요 감상평을 남기고 싶은 글들은 너무너무 많은데 왜 제 몸은 하나인지 모르겠어요 시 세계는 전혀 넓어지지 않았습니다 의도적으로 실험을 좀 많이 해 보고 있어요 아, 문예지에도 넣어보고 있습니다 지금 너무 시기상조가 아닐까 싶지만 지금 넣어서 후회하나 안 넣어서 후회하나 거기서 거기라면 도전을 좀 해보려고요 백일장에는 나가지 않으려고 합니다 왔다갔다 하면서 감정을 소모하는 일에는 이제 좀 지친 것 같아요 고속버스에서 허탈하게 울던 기억들이 너무 많네요


 


오랜만에 산문을 쓰니까 재밌네요 시를 쓸 시간도 없어서 쪼개고 쪼개서 쓰다 보니 분절된 시들이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요 징검다리를 어느 간격으로 놓을지 고민하는 중이에요 실험하고 싶은 시들은 더 많아요 이과가 문과 흉내를 내고 있어요 시간이 없으니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발상을 놓치는 경우가 많네요 다이소에서 오백원짜리 수첩을 사왔어요 줄 노트인 줄 알았는데 격자노트더라고요 뭐 상관없어요 좀 더 자유롭고 좋네요 거기에 이제부터는 문득문득 스쳐가는 문장들과 발상들을 적어두려고요 원래는 각잡고 해야 하는 일이지만 뭐 어때요 몸이 힘들면 저에게도 좀 느슨해져야 하는 법입니다(사실 아무것도 달라지는 건 없지만 느슨해지지도 않지만, 이렇게라도 자기합리화를 하면 행복회로를 돌릴 수 있습니다) 시집을 사려고 해요 여러 군데에서 추천을 받았어요 손미 시인님의 양파 공동체도 있어요 빨리 오면 좋겠습니다 영업을 하는 김에 하나 더 해 볼까요 여러분 김선재 시인님의(여기서는 소설가로 활동하시지만) 얼룩의 탄생을 읽어보세요 저는 0시의 취향을 사랑하는 습작생입니다 다른 작가님은 안 알려 드릴 거예요 저는 신비주의거든요 사실 그렇지도 않습니다


 


다른 의미로 책을 더 샀어요 신택스 시냅스 섬개완 마닳 이런 종류의 소모되는 종이들이요 저는 기출문제집이 그렇게 비싸다는 걸 믿을 수가 없어요 그리고 자본주의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알아가는 중입니다 돈을 바르면 나오는 성적이라니 그렇게 달콤한 게 더 어디 있겠어요 시간을 낭비한 기분은 조금 위험하고 질척거리고 끈적거리네요 기분나빠


 


어제는 데이오프를 냈어요 손목이랑 팔꿈치는 아플 대로 아픈데 아무것도 하기가 싫었거든요 좋은 핑계거리였어요 뭐 그럼 됐죠 이런 식으로 치환하는 것들이 많아집니다 이러다가 영영 시를 쓰게 되지 못하는 건 싫은데요 저는 아무래도 좀 많이 욕심쟁이인데다가 게으름뱅이인가 봅니다 사실 이 글도 눈을 감고 쓰고 있어요 아 그래서 어디까지 썼죠 (의식의 흐름대로 쓰는 거라서 두서없고 횡설수설합니다만 그게 매력이라고 생각해볼까요 욕 해도 상관없어요) 데이오프엔 웹툰을 봤어요 좀 웃기죠 범람하는 텍스트 사이에서 도망쳐서 또다시 텍스트 사이로 들어가다니 사실 시집이 있었으면 시집을 봤을 거예요 책으로 된 시집을 본 지 한 달이 넘었습니다 안 쓰고 늘 수는 없다지만 어쩔 수 없는걸요 기숙사에 시집을 한 권도 들고 오지 않았거든요 저는 생일이 이월이에요 그래서 이젠 19금 만화를 볼 수 있는데(합법적으로요), 이토록 보통의라던지 인간의 숲 같은 치밀하고 치열한 묘사가 담겨 있는 웹툰들이 그렇게 끌리더라고요 다만 조금 더 간편하게 볼 수 있는 생각 없이 웃을 수 있는 여유가 제겐 더 필요하다는 생각을 안 한 건 아니예요


 


오늘은 졸업사진을 찍었습니다 오랜만에 화장을 했더니 얼굴이 바뀌더라고요 고삼은 역시 유해해요 저는 예민해지고 싶은데 공부도 잘 하고 싶은 욕심쟁이라서 저한테 벌이 내려왔나봐요 그냥 그렇게 생각하려고요 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게 과연 존재할까에 대해서도 생각했어요 서투른 솜씨로 쉐딩을 하고(정말이에요, 토요일에 쉐딩과 하이라이터를 난생처음 만져봤는걸요) 그보다는 조금 더 능숙하게 눈을 만졌어요 아직도 지우지 못하고 있네요 인생이란 이런거죠 화장은 그래도 지울 수라도 있는데 인생은 지울 수 없잖아요 나를 지울 수는 있지만 농담이에요 전 이제 행복회로를 돌리는 사람이라서 소위 나쁜 생각은 잘 안 하려고 해요 우울에 잠식되는 것도 전시하는 것도 싫어요


 


행복회로를 돌리는 건 살기 위해서예요 돌리다 보면 언젠간 진짜로 행복해지겠죠 행복하면 시도 더 잘 써 질 거라고 생각해요 불행을 먹이로 하는 건 진작에 벗어났는걸요 그건 그냥 몸을 제물로 삼아서 태워 버리는 일이라서, 단기간에 좋은 결과를 내려면 그렇게 하는 편도 나쁘지는 않지만 저는 장거리를 달리고 싶어서요 조금 더 아끼고 싶어요 다만 시는 아주 첨예하고 싶습니다 한 편의 시를 쓰고 그걸 마지막으로 죽더라도 제 시만은 꺾이지 않게끔요 언어의 첨단에 서 있는 느낌은 어떤 기분인가요? 저는 몰라요 알려주세요 요즘 자꾸만 시를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하고 묻고 다니고 있어요 시를 잘 쓰려면, 시를 잘 쓰려면 제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인걸요 여전히 서툴지만


 


제 세계는 어디에 있죠?


몰라요 저도 모르는데 누가 굳이 알겠어요 깔깔깔


 


제가 제 세계에 대해서 무책임한 사람은 아니지만 요즘에는 길을 잃었다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네요 언젠간 x+sinx의 극대점에 올라가겠죠 저 공식은 제가 쓰고 있는 시의 제목이에요 자매품으로는 x+cosx가 있고요 두 시 모두 나빠요 글틴에 올리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간 보여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때때로는 제 세계에 누군가가 침입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어요 나는 분명 A에 관해 쓰고 있었는데 시는 B에 관해 말하고 싶어하는 것 같아 보일 때가 있어요 저는 그럴 때마다 시를 어르고 달래 A를 말해보자고 회유하지만 제 시는 저를 닮아 자기주장이 강해서 끝끝내 B를 주장해요 그럼 저는 A를 다른 메모장에 저장해 두고 그래 네 멋대로 해라 하고 애 키우는 기분이 됩니다


 


오답인 줄은 알겠는데 정답이 무언지 모르겠어서 답답하고요


 


저는 요즘 제 시를 보여주기가 두려워요 역겹기도 하고요 내가 내 시를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내 시를 사랑해줄 사람이 있겠냐마는 가끔은 자기 자식이 미워지기도 할 때가 있으니까요 그걸 인정 안 하다 보면 정말 미워질 수도 있으니 우리 당분간은 갈 길 가자 하고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그 녀석의 문드러진 얼굴이며 더러워진 옷들을 수선해주고 있고요 혼자 놀면서 활자를 직조해내면 얼마나 좋아 아이고 시야 내가 널 사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니 많이 읽어야 해요 그걸 몰라서 묻는 줄 아니 알면서 왜 물어요? 그러게 근데 글틴에는 올립니다


 


지금 땡땡이 치고 있어요 자습시간인데 오늘 본 모의고사 성적표가 너무 충격적이라서 벗어나려고요 자기합리화의 대가죠 알아요 말하고 싶은 건 많은데 왜 저는 저죠 글한테도 좀 미안하고 사유한테는 안 미안해요 걔는 좀 더 머리가 커야 미안해질 거 같고요 언제쯤 클지 모르겠어요 저는 언제쯤 시를 쓰게 될까요 31일까지 마감이 세 편인가 네 편인가 가물가물하지만 고삼이 글을 쓴다는 건 미친짓이에요 여러분 도망쳐 잡히면 안 돼요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쓰라고 했지 누가 의식의 흐름을 싸지르라고 했습니까


교수평가 D- 다시는 보지 말자 네 학점은 이제 망했으니 달콤한 엿이나 먹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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