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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문 강에 삽을 씻고 - 정희성

  • 작성일 2005-09-21
  • 조회수 663

 

 

 

원본

 

 

 

저 문  강 에  삽 을  씻 고


정 희 성


흐르느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가는 강을 보며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 바닥 썩은 물에

달이 뜨는구나.

우리가 저와 같아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

 

 

 

패러디

 

 

 

수돗물에 얼굴을 씻고

 

 

 쏟아지는 것이 졸음 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화장실에 나가 얼굴을 씻으며

 거기 졸음도 퍼다 버린다.

 야자 일교시가 끝나 저물어

 천천히 흘러 가는 수돗물을 보며

 쭈그려 앉아  눈꼽이나 떼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입시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하수구 바닥 썩은 물에

 달이 뜨는구나.

 우리가 저와 같아서

 흐르는 물에 얼굴을 씻고

 졸려도 잘 수 없는 학생들의 교실로

 다시 종이 쳐 돌아가야 한다.

 

 

 

 

 

 

---

 

이렇게 해서 루시페린의 입시 삼부작 끝입니다 -_-;;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해요.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이렇게 삼부작까지 무리하면서 올리게 되었네요;

 

읽고 나서 암울한 패러디시만 올려서 죄송합니다만,

대부분 학생들이 저처럼 공감하시지 않으셨을라나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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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건

  • 익명

    우리 패러디 시의 대가시여! 정말 재밌습니다. 공감하지 않다니요? 온 몸으로, 무지하게 공감하고 있습니다.

    • 2005-10-07 04:16:33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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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마구 공감중입니다.OTL

    • 2005-10-05 00:20:48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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