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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랑 노래 - 신경림

  • 작성일 2005-09-21
  • 조회수 896

 

원본

 

 

가난한 사랑 노래 - 신경림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패러디

 

 

 고딩의 사랑 노래

 

 

고등학생이라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수행평가를 하다 말고

꺾인 목을 들어 내다 본 창밖에는

전부 불 꺼진 앞동의 새카만 어둠 뿐인데

 

고등학생이라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태도점수 두 점을 깎는 소리,

학주의 호통 소리, 거기 너 일어나서 뒤로 나가 소리에

눈을 뜨면 육중한 회초리 다가오는 소리

 

고등학생이라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TV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 보지만

집에 있는 식구들은 진작 잠들고 홀로 남았을

텅 빈 내 방 모습도 그려 보지만

 

고등학생이라고 해서 피곤함을 모르겠는가,

열로 상기한 내 두 볼의 뜨거움

피곤하다고 지친다고 속삭이던 내 탄식

밤 새워 완성한 수행평가 점수를 보고 터지던 내 울음

 

고등학생이라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고등학생이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견뎌내야만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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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3건

  • 익명

    전 고등학생 되기를 정말 원하는 학생인데;; 이시를 보니 마음이 가시는듯한 ;;ㅎ

    • 2005-10-03 22:37:01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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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에헤헤;; 감사합니다;; (바보같이 실실웃고있음)

    • 2005-10-02 10:22:11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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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율

    같은 고등학생이라 그런지 공감이 가는 글이네요!! 재밌게 잘 쓰신것 같습니다.

    • 2005-10-01 19:26:39
    선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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