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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절초풍 글쓰기

  • 작성일 2007-07-25
  • 조회수 384

“네. 김소설 작가를 소개하겠습니다. 아, 제가 소개하기엔 이미 너무 잘 알고계신가요? 에…… 그래도 어쨌든 이게 제 일이니까 일단은 하겠습니다. 김소설씨는 2010년 문학동네 여름호에 단편 ‘찔틴’을 발표하며 등단하셨습니다. 또 바로 다음 해인 2011년에는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하셨고, 2015년에 여러분들도 잘 아시는 창작집 ‘왜 그때 엠에센을 끄지 못했나’로 문단에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지요. 뿐만 아니라 ‘왜 그때 엠에센을 끄지 못했나’는 연령을 가리지 않고 문학에 전혀 관심이 없던 사람들까지도 열광을 하게 만들며 사회적으로 크게 떠오르고 있습니다.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자 이제 본인을 직접 만나보도록하죠. 안녕하세요?”

 

빈틈없이 꽉찬 객석에 앉은 수많은 사람들이 김소설을 쳐다보고 있다. 뒤에서 가만 서있던 김소설은 진행자의 소개가 끝나자 앞으로 나선다.

 

“네. 이렇게 만나게 되어 반갑고 기쁩니다. 김소설입니다.”

 

인사가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박수가 쏟아진다. 그리고 끈질기게 이어지던 박수가 그칠 무렵 진행자가 다시 마이크를 들었다.

 

“우박이 쏟아지고 곳곳에서 이상기후가 벌어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말 많은 분들이 와주셨는데요. 자, 그럼 본격적으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에…… 김소설씨는 처음 글을 쓴 계기가 있나요?”

 

김소설은 잠시 목을 가다듬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제 글의 시작은 글틴이었습니다.”

 

사람들의 눈빛이 더욱 반짝인다. 한마디를 꺼낸 김소설은 무슨 큰일이라도 해낸 사람처럼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 같은 얼굴로 그는 계속 말을 이었다.

 

“십…… 일년쯤 전에 처음 글틴을 알게됬어요. 당시에는 문학에 별 관심이 없었는데요. 각 게시판마다 담당 선생님들께서 올라온 글들을 읽어주시더라구요. 평도 달아주시구요. ‘아, 이런 곳이 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글을 올리기 시작하다보니 어느새 글틴 친구들하고도 친해지고 더불어 문학에 대한 관심도 생기더라구요. 그러면서 소설가의 꿈을 키워가기 시작한거죠.”

“아. 글틴을 통해서 문학을 접하셨군요. 김소설씨 말고도 꽤 많은 작가분들이 글틴이야기를 하시더라구요. 흠…… 저는 왜 그때 몰랐는지. 하하하!”

 

그러나 아무도 웃어주지 않자 진행자는 헛기침을 몇 번 하더니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김소설씨는 결혼하셨죠?”

 

“네. 몇 달전에 했습니다.”

 

“아,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아내분이 꽤 연상인걸로 알고 있는데…….”

 

김소설의 입고리가 살짝 올라간다.

 

“네. 저보다 8살 연상입니다.”

 

“어휴……. 그럼 아내분이 올해…… 37살이신가요?”

 

“그렇죠.”

 

“제가 알기로는 김소설씨가 결혼하기 훨씬 오래 전부터 아내분을 짝사랑했다고 알고있는데…….”

 

“네, 제가 13년 전부터 좋아했죠. 팬카페까지 가입했을 정도니까요.”

 

“예. 아내분, 그러니까 전지현씨가 13년 전에 한창 예쁘셨죠.”

 

“지금도 예뻐요.”

 

“하하, 물론이죠. 흐음…… 자 그럼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서…….”

 

 

 

 

 

탁!

 

참을성 있게 읽고 있던 남자는 신경질적으로 원고를 팽개친다.

 

“뭡니까 이게?”

 

김소설은 자신을 황당한 눈으로 올려다보는 남자를 마주본다.

 

“소설인데요.”

 

“이사람이 지금 장난치나? 나가세요! 얼른!”

 

김소설은 끝까지 읽어보지도 않고 성을 내는 남자가 야속하다. 쫓겨나듯이 밖으로 나온 김소설은 한숨을 내쉬며 휴대폰을 연다. 뚜우, 뚜우, 하는 지겹게 늘어지는 연결음이 오늘따라 더욱 거슬린다.

 

“여보슈.”

 

긴 하품 끝에 드디어 기다리던 목소리가 들린다.

 

“어 나 소설이.”

 

“어 왜?”

 

“왜긴, 술이나 한잔 하자고.”

 

“나 바쁜데…….”

 

“아이 자식! 그러지 말고 좀 나와라. 오늘따라 너무 술이 고프다.”

 

“나참! 바빠 죽겠구만! 아주 술이 안고픈 날이 없네, 아주. 알았어, 그럼 나 글틴 심사평 쓰고 있으니까 지금은 안되고 한시간 뒤에 거기로 나와.”

 

거기라면 물론 항상 가는 그곳일 것이다.

 

“그래. 알았다.”

 

뚝.

 

[나 보고싶니? 당근! 나 생각나니? 당근!]

 

전화를 끊자마자 휴대폰에서 요란하게 당근송이 울린다. 당연하지만, 전화 왔다는 뜻이다. 김소설은 망설임없이 전화를 받는다.

 

“네에, 김소설입니다.”

 

“여보세요? 야! 김소설! 나야!”

 

김소설은 잠시 목소리의 주인을 떠올리려고 애쓴다.

 

“아. 아아~ 너구나. 오랜만이네? 잘 지내냐?”

 

금새 얼굴을 떠올린 김소설이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전화기 건너편 목소리도 한층 더 밝아진다.

 

“나야 요새 장사가 무지하게 잘되거든. 하하하! 야 그건 그렇고, 너 이번주에 글틴 졸업생모임 있는 거 알지?”

 

“응? 아…… 알지. 근데 어디더라?”

 

“이제 좀 기억할 때도 되지 않았냐? 혜화역 3번출구! 늦지 말고 나와라. 제발 한번이라도 지각하는 애가 없었으면 좋겠다. 어떻게 애들이 변하는게 없냐?”

 

“그래 알았어.”

 

“알았지? 늦지 말고! 꼭!”

 

“그으래.”

 

뚝.

 

김소설은 잠시 그대로 가만히 서 있는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쳐다본다. 10년 전과 똑같은 도시의 밤하늘은 여전히 별이 보이지 않는다. 짧게 한숨을 내쉰 김소설은 이제 걷기 시작한다. 한발자국, 한발자국씩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그는 걷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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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4건

  • 익명

    형 전지현은 못내줘요 ㅠㅠ

    • 2007-08-17 23:01:18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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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렇군요 웃움 포인트가 전지현이군요 ㅠㅠ 전 제대로 웃은 거네요. 하지만 정현수 님의 포스는!

    • 2007-08-17 22:23:49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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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웃음포인트는 전지현이니 거기서 웃으시면 됩니다. ^.^헤헤

    • 2007-08-17 19:05:28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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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웃겨효

    • 2007-08-17 18:39:02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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