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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들의 도서관> 웃음과 넘김

  • 작성일 2009-07-27
  • 조회수 361

'악기들의 도서관'을 읽고...

 

웃음과 넘김

 

  악기들의 도서관, 실제로 악기가 있는 것이 아닌, 악기들의 소리가 하나 둘씩 모여든 곳. 그런 '악기들의 도서관'처럼, 따로 따로, 각자의 노래를 가지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모은 이야기 모음집인 '악기들의 도서관'. 이렇게 각자의 노래를 부르지만 조화를 이루고 있는 이야기 모음집에서 나는 '유리 방패' 이 이야기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하루하루 인생을 직장에서 살아나가는 현대인의 삶에서 유리방패의 두 사람은 실패자처럼 보일 수 있다. 면접, 5분에서 10분이란 짧은 시간 동안 사람을 평가하는 사회의 잣대. 그 둘은 면접에 떨어지고, 떨어지고, 또 떨어진다. 하지만 이런 사회적 잣대에 반항해 면접이란 장애물을 ‘면접놀이’라는 훌륭한 장난감으로 만든 이 두 사람은 어쩌면 인생에서의 승리자가 아닐까?

 

  마지막. 그들에게 어쩌면 동심과의 이별, 그들 사이의 이별, 유리 방패와의 이별이 찾아올 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안고 이야기는 끝이 났지만, 나는 그런 그들도 좋다. 아직 사회에 눈을 뜨기 싫어해 모든 것을 그들의 유희로, 웃음으로 돌려버리는 어린아이로 남아 있을 수도 있더라도, 그런 그들도 좋다.

 

  사람들 모두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너무 인식해버린 나머지 자신을 잃어버리고 어린아이의 놀이에서 멀어져 점차 자신이 아닌 자신으로 걸어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도 공부라는 무게에, 학생이라는 무게에, 공부할 의무가 있다는 나이에,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무게에 짓눌러져 인생이라는 커다란 돌 밑에서 간신히 헐떡거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하루하루가 쳇바퀴 돌아가듯이 지나가고, 그런 것을 당연하게 여기게 되어 일탈을 더 이상 꿈꾸지 못하게 되어 버렸을지도 모른다.

 

  확신을 가지고, M과 나, 둘이 붙어있는 것이 변하지 않는 사실이라는 것을 믿으며 M에 대해서 말할 수 있는 나.

  ‘우리는 동전의 앞면과 뒷면이거나 한 사람의 앞모습과 뒷모습이었다. M이 사라지면 나는 두께가 없는 종잇장처럼 변해버려서 혼자 서 있을 수조차 없을 것이다. 나 역시 M에게 그런 존재라고 생각한다.’

(악기들의 도서관, 김중혁, 유리 방패 중)

  그들이 갈림길에서 주저앉지 않고 나아간다 해도 옛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계속 자신의 길을 걸어갈 수 있다면 그들에게 옛날이라는 의미는 퇴색되지 않고, 그들 내부에 영원히 있을 것이다.

 

  인생이란 예측할 수 없는 주사위 같은 것. 인생이란 주사위 게임에서 우리 앞에는 게임에 유리한 수가 나올 수도, 불리한 수가 나올 수도 있다. 가끔 인생이 너무 절망적이어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들로 가득 찰 때도 있고, 가끔 인생이 너무 행복해서 이 시간이 지속되었으면 하는 날들로 가득 찰 때가 있다. 친구와 말싸움을 할 때면 짜증이 머리끝까지 날 때도 있고, 친구의 잘못이 아닌데도 나의 짜증을 그에게 풀 때도 있다. 이렇듯 양면성을 가진 인생을 우리는 그냥 웃어넘겨 줘야 할 때가 많다.

 

  인생에 있어서 필수불가결한 장애물을 겪을 지라도, 나는 아직 큰 실패를 경험한 적도 없다. 내 인생에 불행이란 이름의 커튼이 드리워진 적도 없다. ‘죽음’이란 검은색의 사신이 그의 낫을 내 목에 댄 적도 없다. 앞으로의 삶이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겠지만, 아직까지 나는 행복을 누리며 살고 있다.

  언젠가 나도 스스로 사라지고 싶어 삶의 무방향 버스를 기다릴 수도 있고, 내 행동이나 습관이 다른 사람과 달라 눈에 뜨일 수도 있고, 멍청한 짓이나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이해관계를 따지지 않고서 할지도 모르겠다. 그 때가 되면, 내가 모든 것을 웃어넘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힘들 때 웃음으로 맞서는 자세, 어쩌면 '나'와 'M'이 추구했던 그 자세. 그 자세로 내 인생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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