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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들의 도서관을 읽고>

  • 작성일 2009-07-27
  • 조회수 239

 

<악기들의 도서관을 읽고>

- 일탈의 리듬을 꿈꾸며-

           

스산한 바람이 내 몸을 감싸고, 가느다란 빗줄기가 땅에 고꾸라지는 여름날. 멍하니 생채기 난 밖을 응시하며, 삐뚤어진 오선지 위에 춤추는 음표들이 들썩인다. 춤추는 음표들은 긴 리듬을 만들고 그 리듬들은 나를 따라다닌다. 이처럼 하루하루 따분했던 삶을 180도로 변화를 주었다. 김중혁 작가의 ‘악기들의 도서관’을 읽으면서 말이다.

이 네모난 작가의 녹음기같은 이야기를 접했을 때, 제목을 유심히 봤다. ‘악기들의 도서관’, 악기, 음악, 리듬, 음표, 나의 하루의 3분의 1을 함께하는 음악에 대한 이야기로 느껴졌다. 이런 큰 틀에서 한 글자, 한 글자 자세히 쓸어내렸다. 첫번째, ‘자동피아노’에서 ‘매뉴얼 제너레이션’, ‘비닐 광시대’, ‘악기들의 도서관’, ‘유리방패’, ‘나와 B’, ‘무 방향 버스’, 마지막 ‘엇박자 D’까지 읽으며 공통점을 발견했다. 이 8개의 단편소설에는 모두 떼어 놓을 수 없는, 상호작용하는 짝꿍들이 있다는 것이다. 또, 이 모든 단편에서 여성들이 나오는 비중이 작다. 이 책이 내 손에 다가와서 가장 흥미롭게 본 것이 ‘유리방패’이다. ‘유리방패’는 나와 M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들은 매일같이 면접을 보러 다니는데 떨어진다. 어느 날, 지하철에서 뜻하지 않은 특이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면서 주목을 받고, 기자와의 인터뷰에서도 칼싸움을 하는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나는 이들의 행동을 보면서 연거푸 웃음을 토해내고, 나도 그들처럼 ‘‘일탈’이 강한 퍼포먼스를 해보면 어떨까?’라는 엉뚱한 상상을 갖게 되었다. 또 다른 하나 ‘무방향 버스’를 보며 많은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무방향 버스’에서는 나와 어머니가 주로 나오는데, 어머니께서는 큰 장부를 나에게 주어 나는 그것을 깨끗이 잘 썼다. 예전에는 어머니께서 주로 쓰셨던 장부였었다. 대학교에 가면서 그 장부를 집에 두었었다. 대학 4년되었을때 어머니께서 사라짐에 장부도 함께 사라졌다. 남겨진 다른 장부에는 버스 번호들이 적혀있었고 그중에 무 방향 버스를 타고 사라지셨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나는 ‘어머니께서는 왜 무 방향 버스를 타고 떠나셨을까?’라는 물음을 나 자신에게 던졌다. ‘세상에 찌들어 사는 것이 괴로워서?’, ‘자유를 얻기 위해서?’등의 여러 답이 떠올랐다. 그리고는 내가 왜 ‘무방향 버스’를 보고 여러 생각에 공감했을까? 하고 생각을 해보았다. 문득 ‘일탈성’이 짙은 행동을 하신 어머니를 동경하고 있는 나 자신과 마주쳤다. 위에 ‘유리방패’와 ‘무방향 버스’의 주인공들은 이 따분한 일상을 독특하고 특별하게 지내려 한다. 나자신도 그것을 원하고 있었다. 드넓은 모래사막 사이에 오아시스처럼 남들과 다른 독특한 삶을 꾸려가고 싶은 나를 발견한 이야기다. 악기들의 음표에 리듬과 꼬리 달고 노래하는 새로운 모습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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