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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자걸스독후감/이재아

  • 작성일 2009-07-27
  • 조회수 621

교육의 진정한 의미와 목적;후대와 나라사랑

'닌자걸스'를 읽고...

 

 

Fox Valley Lutheran High School 3학년 이재아

닌자걸스/김혜정/비룡소

 

Intelligence plus character-that is the goal of true education

지식+특색-이것이 진실된 교육의 목표이다

-Martin Luther King, Jr.

 

     유학생으로써 오랜 만에 접한 한국 도서인 '닌자걸스'의 제목은 일단 나의 마음엔 들지 않았다. 고등학교 졸업반에 들어가게 될 나로썬 제레미 리프킨의 소유의 종말이나 조지프 S. 나이의소프트 파워' 등 무거운 제목의 도서들이 필수적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이 묵직한 제목들이 풍기는 이미지는 내가 미래에 대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꼭 풀어나가야 할 심각한 사회문제들을 소개하는 책들임이 명확하게 드러나 있었고, 따라서 이런 심화된 지식이 담긴 책 제목들 에 비하여 '닌자걸스'란 제목이 주는 효과는 턱없이 약하고 유치해 보였다. 하지만 시놉시스를 읽고 어렵게 펼친 첫 장 이후, '닌자걸스'는 내 마음에 쏙 와 닿았다. 정말인지 너무도 오랜만에 책 속에 푹 빠져서 헤어나올 수 없을 때 느끼는 충만한 행복감을 느꼈고, 3일 동안 10번 넘게 읽고 또 읽었지만 질리지가 않았다. 어려운 학문적 단어와 고 난이도의 지식을 이용하지 않아도 닌자걸스는 간단명료하고 유머러스 하게 대한민국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말해 주었다.  그것은 바로 교육제도이다.

      작은 고추가 맵다라는 속담이 헛소리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듯 우리나라는 미시간 호의 6분의 1 밖에 안 되는 크기임에도 불구하고 무궁한 발전을 빠른 속도로 이루어왔다. 또한 35년 일제강점기와 3년간 비참한 6.25전쟁을 겪으며 생긴 깊은 상처들을 40년 만에 툴툴 털었다. 세계 5대 생명공학강국이 될 가능성이 높고 IT강국으로 당당히 이름을 날리고 있으며 2007년 기준으로 1인당 GNI(국민일인당 소득, Gross National Income)는 전 세계 13위를 기록하였다. 세계는 독일의 라인강의 기적이후 놀라운 일이 일어난 곳이라며 한국에 아낌없는 찬사를 쏟아 부었고, 개발도상국들은 우리나라가 걸어간 발자취를 밟아 더불어 성공하는 꿈을 꾸며 현재에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바다는 메워도 사람 욕심은 메우지 못한다고 하였듯이, 단시간의 국가계발은 국민들의 욕심주머니를 한없이 늘어트려 놓았다. 늘어난 욕심 중 하나인 우리나라 교육열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하늘높이 치솟았고, 사교육의 팽배, 지나친 입시경쟁, 직업의 귀천,교육의 조로현상 등 감히 쉽게 고쳐지지 않는 고질병을 죄 없는 학생들에게 선사하였다.

나도 중학교 3학년을 거의 마치고 유학을 떠나기 전, 3년 전 까지만 해도 책의 주인공들인 은비, 지형, 소울, 혜지, 그리고 어리지만 무시무시한 한국입시제도에 시달리는 현석이와 같은 학생 중 한 명이었다. 사실상 나의 인생은 현석이와 은비의 삶과 너무나도 비슷했다. 현석이만큼 총명하진 않았지만 나는 믿기 힘든 어린 나이인 26개월부터 영재교육을 10년 동안 받았고 초등학교 2학년부터 특수목적고등학교들의 입시준비를 하였다. 물론 이를 대비하기 위해 학교공부만으론 당연히 부족하였고, 난 그 덕분에 사교육의 맛을 일찍 보았다. 더더욱 이나 우리 집은 강남 8학군과는 멀찍이 떨어진 경기도였고 어머니는 혹시나 집 주소가 딸의 미래에 걸림돌이 될까 하여 다양한 수학학원, 영어과외, 한자학습지 등을 등록하셨다. 학교 수업종료를 알리는 엘리제를 위하여가 울리고서부터 밤 10시까지 대치동 주변 학원들을 쏘다니던 나에게 삶은 끝이 없고 쓸데 없이 많은 욕심투성이였다. 1시간이건 8시간이건 무남독녀 외동딸을 위해 3단 도시락과 간식들을 정성스레 싸들고 수업이 끝나길 기다리시던 어머니와 함께 좌석버스에 몸을 싣고 집에 돌아오는 길이면 한숨은 저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또한 은비가 절실히 연기자를 꿈꾸는 것과 같이 나 역시 화가가 어릴 적부터 존재한 로망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난 어려우신 분들께 무료로 초상화를 그려드리고, 아이들의 해맑은 동심을 담은 동화책에 삽화를 그려 넣으며 살고 싶었다. 하지만 나의 소박한 장래희망은 안정된 수입과 성공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간단히 걷어 치워져 버렸고, 대신 우리나라 학생들 대부분이 꿈꾸는 3대 직업인 의사, 변호사, 경영인이 미래 직업 후보에 오르게 되었다.

중학생이 되면서 은비 어머니가 말씀하시듯 나의 어머니도 이 년 금방 지나간다라는 말을 방언 외듯이 하셨다. 은비처럼 전교등수가 가끔 변덕을 부릴 때마다 받았던 초조감과 스트레스는 말로 설명할 수가 없다. 끊임없는 학원 선생님들과 부모님의 걱정 가득한 잔소리로 내 머리는 매일 터질 것만 같은 상황에 놓여있었다. 또 사랑하고 서로를 아껴주며 지내던 친구들도 시험기간 1달 전부터는 서로를 경계하고 서로의 불행을 비밀스레 바라는 사이로 둔갑하였다. 주요과목인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담당 선생님들을 학생들은 교과서와 문제집을 들고 쫓아다니며 눈에 예쁨 받으려 애를 썼고, 종종 상위권 친구들은 아무리 중상위권 급우들이라 하여도 언제 치고 올라올지 모른다며 일부로 틀린 답을 가르쳐 주곤 했다. 지형이가 모란반에서 퇴출당해서 무시당하듯, 상위권에 한번 얼굴을 비추었다가 점점 성적이 떨어지는 친구들은 닮아서는 안 되는 실패 모델들로 낙인 찍혔고 불쌍하다며 동정심을 사게 되었다. 혜지와 같이 아름다운 외모와 착한 성품을 가진 친구들 역시 흔히 골빈이라 불려지며 축복받지 못한 두뇌로 인해 비난 받았다. 이는 부러움 표출과 허전한 마음에 자기만족을 느끼기 위한 상위권 학생들의 노력 중 하나였다. 소울이 같은 급우의 경우 지가 못하니깐 쓸데없이 꼬치꼬치 따지는 애 꼭 하나씩 있지란 질책을 주로 받았고, 몇몇 선생님 들 역시 핑계 많은 아이라 말하며 차별대우하기에 급급하셨다. 이렇듯 치열한 경쟁 덕분에 우리의 인간성은 급격히 결여되었고, 나를 비롯한 많은 친구들은 성적을 위해서라면 취미생활, 가족애, 건강, 도덕심 등을 엿 바꿔 먹듯이 쉽게 포기해 버렸다.

       이렇게 나 자신이 불만이 가득했던 교육제도에 대항 한번 해보지 않고 미국으로 도망가 버린 나에게 닌자걸스 들의 대담한 행동들은 안타까움, 부끄러움, 질투, 걱정 등의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해주었다. 먼저 옥상 사건은 학생들의 극단적 행동만이 각종 문제 해결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며 나에게 한국의 안타까운 교육 실정을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었다. 턱 없이 황당한 입시제도뿐 만 아닌 우리나라 교육의 큰 문제점 중 하나는 학생들의 인권과 자유보장이다. 두발과 용모에 대한 규정이나 교복들은 학생들이 학업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겠다는 의도로 설립된 정책들이긴 하나 이로 인해 학생들은 모두 정신적으로뿐만 아니라 육체적으로마저와플 반죽에서 똑 같은 모양의 와플들로 변해버린다. 또 엄격한 규율은 폭력적인 체벌들도 의미한다. 물론 항상 그렇진 않지만 많은 학생들이 작은 이유로 심한 구타를 당하는 장면을 인터넷 곳곳에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따라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학생들은 그토록 소중하고 아까운 공부할 시간이나 입시를 위해선 중요한 선생님들에게 보여지는 이미지를 포기하고 단체로 길거리 운동이나 서명 운동을 펼친다. 내 주변에도 많은 친구들이 중학교 때부터 결과도 보장되지 않고 힘든 싸움을 시작했던 기억이 사뭇 낫고, 이 친구들이 닌자걸스 처럼 좋은 결과를 얻기를 바란다.

두 번째로 자신들의 꿈과 주장을 지키기 위한 이들의 과감한 행동들은 나 자신을 한없이 부끄럽게 만들었다. 선녀 보살의 부적, 귀신 소리, 지형이가 이상해 씨에게 보석 같은 시나리오와 맞바꾸면서 까지 정성스레 한 글자 한 글자 쓴 투서, 그리고 현실성 결여란 우려도 있지만 닌자 거북이 가면을 쓰고 옥상에서 감행한 대모까지……차근차근 진행해온 이들의 수법들에 난 감탄하고 또 감탄하였으며 한국에서의 얌전하다 못해 너무나 조용했던 학창시절에 살짝 회의감을 느끼기도 했다. 또 마지막 장에서 은비의 첫 공연에 대한 암시가 주어졌을 때, 쉽게 잊어버리려 노력했지만 내 마음 한 켠 어딘가에 남아있는 꿈인 화가가 자꾸만 꿈틀거렸다.

세 번째로 수학 1등급이지만 외모는 꽝인 고뚱땡 은비, 키는 작지만 예리한 분석력을 지닌 초딩 소울, 탤런트 뺨치는 미모와 순진한 성격을 지녔지만 공부는 도무지 할 수 없는 샤랄라 걸 혜지, 그리고 심각한 꽃미남 밝힘증을 가지고 있고 드라마 작가를 꿈꾸지만 성적으로 역시 고생하는 나불이 지형의 서로를 위하는 깊은 마음과 사회의 여파에 물들지 않고 고스란히 간직된 그들만의 톡톡 튀는 개성이 난 너무나 갖고 싶었다. 중학교 시절 같이 고생했던 친구들 역시 지금은 뿔뿔이 흩어지고 서로의 존재를 잊고 살아가는 사이가 되어버렸고, 한국에 남아 있는 친구들은 여전히 같은 패턴의 삶 속에 갇혀있다. 또 아무리 유학생으로써 한국학생들과는 달리 공부에 매진하면서 자유로이 하고 싶은 과외활동과 봉사활동을 맘껏 즐길 수 있다 하여도 이미 물들어버린 나의 성격은 시험이나 중대한 프로젝트가 다가올 때마다 여전히 내 자신을 조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닌자걸스를 읽음으로 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우왕자왕하는 우리나라의 입시제도에 대해 더욱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나라 입시제도는 *‘죽음의 트라이앵글을 시작으로 심한 변동을 보여주었고 이로 인해 학생들의 번뇌는 깊어져만 갔다. 이번 정권 역시 예외 없이 새로운 묘책을 내놓았고 이는 고 노무현 대통령님의 교육의 평등화 정책과는 정 반대인 경쟁과 자율을 추구하는 교육의 계급화이다. 공교육 의존도를 높이고 인재들을 육성하겠다는 목표로 통과된 이 정책은 차별화를 중시하여 모든 대학에서 입학사정관제를 실시하도록 권장하였으며 자립형사립고나 국제중학교 등 높은 질의 교육을 보장하는 새로운 형식의 교육기관들을 빠른 시간 내에 설립하려 한다. 하지만 닌자걸스에서 이미 증명되었듯이 심화반은 대 실패작이고, 여러 가지 샘솟는 질문들을 통해 득보단 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먼저 사교육열풍이 심한 우리나라의 교육에 국제중학교 등은 오히려 꾹꾹 간신히 눌러 담은 학생들의 분노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불을 지르는 것 밖엔 될 수 없다. 현재 국제중학교의 선발방식은 서류전형과 영어면접이고 마지막 심사는 공평함을 추구하기 위하여 1, 2차에 통과된 아이들을 대상으로 추첨제로 이루어 지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학부모와 국제중학교의 설립자들의 심한 반발에 부딪히고 있어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은비와 다른 모란반 아이들이 엘리트임이 입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교육에 여전히 의존하는 것과 같이 계급화된 고등학교들의 숫자 증가는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밖에 없다. 또한 입학사정관제가 학생들의 과외활동, 봉사활동, 수상경력 등 전반적으로 다양한 능력을 평가하기 때문에 이를 대비하여 각종 학원과 컨설팅 업체들을 이곳 저곳 돌아다니면서 스펙을 맞추는 불쌍한 학생들의 숫자가 커질 것이다. 입학사정관들의 눈에 튀는 아이를 만들기 위해 더욱 치밀하고 빈 틈 없는 사교육은 불가피해질것이고, 이로 인해 지역간 교육의 양극화, 흔히 서울vs지방 이나 강북vs 강남, 는 완화되기는커녕 더욱 깊어만 갈 것이다.

우리나라의 교육 문제가 몇 년 만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란 것은 어느 누가 보아도 뻔하다. 하지만 닌자걸스처럼 속 시원하게 학생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학생들의 솔직 담백한 의견을 통쾌하게 풀어주는 매개체가 존재하고, 또 정부가 귀 기울여줄 의향만 있다면 이 미궁 속에서 빠져나갈 방도는 언젠간 나타나리라 본다. 은비 같이 연기에 재능이 있고 열정이 남다른 아이, 지형이처럼 시나리오에 목숨 거는 아이, 혜지처럼 아직 꿈을 찾지 못했지만 열심히 할 의지가 있는 아이에게 기회를 주는 교육이 우리나라에는 꼭 필요하다. 앞서 적은 마틴 루터 킹 주니어의 명언처럼 지식과 특색은 실과 바늘같이 꼭 붙어있어야만 하는 교육의 필수 요소들이다. 특색 없는 우리나라 교육이 하루 빨리 바뀌었으면 하는 바이고, 나 또한 대한민국의 국가 자원인 많은 인재들의 배출과 후세들의 꿈 보존을 위해 교육정책 개선에 이바지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한다.

 

>죽음의 트라이앵글이란 참여정부 시절 새로이 발표되었던 교육정책으로 내신, 수능, 논술 3가지를 충족시키는 학생만이 치열한 입시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한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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