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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정의 (닌자걸스) - 우리들의 이유있는 반항

  • 작성일 2009-07-27
  • 조회수 494

나는 얼마 전부터 공부에 대한 의욕도 없고, 학교에 가서 친구들을 만나도 즐겁지 않았으며, 나오는건 한숨 뿐이었다. 이 모든 스트레스의 근원은, 바로 다름 아닌 우리 학교가 '수준별 수업'을 실시하기 때문이었다. 본래 무엇이든지 이것 아니면 저것, 이라는 식으로 '구분' 짓는것을 싫어하는 나한테는 정말이지 수준별 수업이란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수준별 수업이 한 반이었던 아이들을 따로따로 억지로 갈라 놓아 서로 헤어지게 만들면서, 수학은 물론이며 좋아했던 영어마저 싫어하게 만든 수준별 수업을 나는 끝없이 미워했다. 그러던 중, 나는 우연히 '닌자걸스' 라는 책의 줄거리를 읽게 되었다. 줄거리만 읽었을 뿐인데도 무언가 마음 속에서 열리는 느낌이 들며 망설임없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각자 다른 성격과 다른 문제점을 안고 있는 네 명의 닌자걸스 은비, 지형, 소울, 혜지. 그러나 이들은 '어른들과 사회의 억압' 이라는 한가지 문제로 고통 받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이 책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고은비' 는 뚱뚱하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이 간직해왔던 연기자의 꿈을 버려야 했으며, 금방이라도 눈물이 나올 것만 같은 온갖 모진말을 여러 사람에게 들어와야 했다. 그러면서 은비는 복수를 꿈꾼다. 자신의 꿈을 방해하며 좌절시키는 학교 심화반인 '모란반' 을 용서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몰래 모란반 보충이나 수업을 빼먹고 오디션을 보러 다니는등 꿈을 접지 않았다. 또한 비록 작은 역이지만 한 연극에 캐스팅 되었으며, 나아가 드디어 자신을 얽매이고 있던 '모란반' 에서 빠져 나오는 쾌거까지 이루게 된다.

 

 '닌자걸스' 는 단순한 소설이 아니라, 청소년들의 꿈을 방해하고 짓밟는 사회의 암담한 현실, 그리고 끊임없이 우리를 괴롭히는 외모지상주의 등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모란반' 이란 단순한 심화반이 아니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의 모임.' 이라는 명목으로 아이들을 물건 분류하듯이 구분 짓고 있는 비참한 존재다. 나는 지금의 우리는 모란반과 같은 존재들에 대해 대항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들, 특히 어른들은 이미 그러한 사회에 손을 들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얼마전 17세 미국 고교생인 '잭 선덜랜드'가  보트로 최연소 단독 세계일주 항해 기록을 세웠다는 놀라운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했고, 나 역시 그렇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해냈고 사람들은 전부 그가 용기 있었고, 대단했다고 잭의 능력만을 칭찬했다. 하지만 나는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는지 진짜 이유를 알고 있다. 바로 잭의 부모님이 그를 믿어주었기 때문이다. 잭의 어머니는 끊임없이 그를 격려해 주었고, 그의 아버지는 중간중간 바다에서 그를 만나 망가진 그의 보트를 고쳐주기도 했다. 만약 이러한 부모님의 믿음과 격려가 없다면 잭은 어떻게 됬을까? 바로 '닌자걸스' 에 나오는 '고은비'처럼 자신의 명확한 꿈인 '연기자'와는 거리가 먼 '의대 진학' 이라는 허망된 꿈속에서 떠돌아다녀야 했을 것이다. 자신의 진정한 꿈은 잃어버린채로 말이다. 주인공 '은비'의 엄마는 은비의 진정한 꿈은 제대로 알려고도 하지 않고 은비가 살이 쪘다는 이유만으로 은비의 꿈을 막으며 온갖 잔소리를 해대며 공부만 아는 아이로 키우려고 한다. 

 

 만약 지금의 이 글을 쓰는 나 역시도 우리 부모님이 "글 같은거 쓸 시간에 공부나 해!" 라고 다그쳤다면 나는 이 책을 읽고 많은 것을 느끼며 다시금 희망을 가질 수 있었을까? 특히나 방황하고 혼란스러운 시절을 보내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부모만큼 올바른 길로 인도하고 잡아줄 수 있는 사람들은 없다. 그런데도 불구, 요즘 학부모들은 오로지 '공부'에만 목매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고 나는 생각한다. 부모들은 우리의 꿈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와주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통해 어른들 '자신의 꿈' 을 이루려 한다. 그 과정에서 청소년들은 치명적인 영향을 받아 우리의 모든 꿈과 희망들을 포기하게 된다.

특히나 은비가 했던 말 중  "혜지한테 나는 '수학 잘하는 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라는 말이 가장 마음이 아팠다. 어른들 뿐만 아니라, 아이들까지도 결국 오직 공부가 우선인 사회에 녹아들고 있다는 말인듯 했다. 마치 진정한 꿈이란 그런 것 밖에 없다는 듯이.

그러나 우리의 은비는 거기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친구들과 노력해 '닌자걸스' 로서 꿈을 방해하던 장애물을 무너뜨린다. 은비가 '모란반'에게서 빠져 나오면서 공부나 사회적 지위 같은 것은 잃었을지 몰라도, 은비는 대신 결코 쉽게 얻을 수 없는 '희망','성취감' 그리고 '자유' 를 얻었다. 은비의 엄마는 아직 그런 은비를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결국은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딸을 보며 미소짓는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한다.

 

 나도 학교 수업이 끝난 후에 잠시 집 근처에 있는 벤치에 앉아 이 책을 읽으면서 너무나 많은 것을 얻었다. 평소의 나라면 우리 학교의 '수준별 수업' 에 대해 가만히 앉아 적응하려고 애쓰는 용기없는 고등학생이였을 테지만, '닌자걸스' 를 읽고 나서는, 용기를 내 담임 선생님과 '수준별 수업' 에 대해서 대화를 나눴다. 영어와 수학 시간만 되면 수준별 수업때문에 힘없는 걸음으로 터덜터덜 다른 반으로 이동하는 내 친구의 뒷모습을 보면서, 그리고 의욕을 잃어가는 나 자신에 대해서 느낀것을 용기내 말씀 드렸다. 그 결과, 나는 선생님이 내 말을 잘 들어주시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선생님은 내 말을 집중해서 들어주셨고, 선생님 역시 '수준별 수업' 에 대해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는 선생님의 솔직한 의견을 듣게 되었고, 선생님으로부터 끝까지 내 꿈을 잃지 말라고 도전해 보라는 격려와 희망을 얻었다. 나는 갑자기 이 사회가 청소년들의 꿈을 최우선으로 보호해주는 꿈의 사회로 변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직 꿈을 포기하지 않고 지키려는 수많은 청소년들, 그리고 나처럼 '닌자걸스' 를 읽고 소중한 것들을 얻게된 모든 고등학생들. 이들이 존재하는 이상 우리 사회는 언젠가는 변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맹목적인 성공보다는 자신의 꿈을 쫓아라." 이것이 바로 '닌자걸스' 가 모든 청소년들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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