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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침이고인다>-단물이 다 빠질때까지

  • 작성일 2009-07-27
  • 조회수 358

김애란<침이 고인다>

- 단물이 다 빠질 때까지

 

 

지금으로부터는 몇 주 전이다. 벌써 오전 11시를 훌쩍 넘겼지만 방학이라는 좋은 핑계로 여전히 나는 침대에서 뒹굴고 있었다. 그 때 울린 전화를 받고 나는 씻고 곧장 친구네로 향했다. 아직 친구는 씻지 않았고 나는 기다렸다. 우린 오래간만에 긴 수다를 떨기위해 구월동에 있는 어떤 카페에 들어갔다. 친구와 나는 처음에는 재밌고 웃긴 애기들을 하며 떠들었다. 우리 둘은 웃음소리가 비슷했는데 숨이 넘어가도록 웃어서 사람들이 쳐다보는 것 같았지만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2시간을 넘게 얘기하다 보니 얘깃거리는 다 떨어졌지만 더운 날씨에 땡볕을 걸어 다니기는 싫어서 계속 앉아서 얘기하기로 했다. 그 때 친구가 얘기를 시작했다. 나는 어, 아... 그랬구나 이런 대답밖에 할 수 없었다. 친구는 가족이야기를 했다. 그 날 들은 이야기는 친구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를 했지만 나는 꼭 내가 남의 가정을 들여다 본 것만 같았고 내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을 억지로 먹어 얹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사실 그렇게 남의 가족이야기를 적나라하게 들어본 적이 없었다. 아무리 친한 친구였어도 비밀은 있는 법이였다.

 

 

 

김애란씨의 소설 침이 고인다는 딱 다 읽고 난 뒤 이런 느낌이었다. 아 아마 침이 고인다의 ‘나’ 역시 후배의 이야기를 들을 때 이런 느낌이었을 것 같다. 여기까진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지금 소설속의 ‘나’ 역시 그랬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김애란씨를 뵌 적은 없지만 굉장히 차분하시지만 재밌는 분이 실 것 같다. 가끔가끔 유머도 하는... 이야기가 뭐라고 해야 할 까?... 재밌다고 하기엔 뭐하고... 슬픈 이야기라고 하기도 참... 담담한 문체에 생생하고 재밌는 표현 하지만 쓴웃음이 지어지는 이야기라고나 할까. 몸에 좋은 고삼차를 마신 느낌이랑 비슷할 것 같다.

 

 

 

잠시 내가 마음에 들었던 재밌는 표현을 보면

<그녀는 휴대전화를 쥔 채 죽은 듯 엎드려 있다. 누군가 그 모습을 본다면, 이제 막 출동하려 한 손을 들고 있는 슈퍼맨과 같다 말할지 모른다.>

<이번 주 주제가 다양성인데요, 획일성은 나쁘고 다양성이 중요하다는 내용을 모든 아이들이 완전 획일적으로 써 냈어요. 웃기죠?>

또, 재밌는 표현은 아니지만 인상깊은 구절로는<괜찮겠냐는거, 결국 배려를 가장하며 책임을 미루려고 한 말이 아니었을까.>

 

 

 

사실 주인공의 나이가 고등학생인 나에 비해서는 적지 않은 나이로 묘사가 되어있다. 아마 내 생각엔 젊으면 20대 후반이고 한 30대 초반정도 일 것 같다. 30대 초반 직장을 다니는 여성의 이야기라고 했을 때 10대 여자고등학생이 공감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굉장히 공감되는 이야기이다. 꼭 내 이야기로 착각할 만큼 말이다. 휴대폰 알람소리가 나를 깨울 때 나 역시 늘 절망적으로 중얼거린다. 그리고 그 절망이란 늘 한 가지 종류의 것 뿐이다. ‘피곤하다’ 그리고 그래 오늘은 택시타고 가자 이러고 조금 더 잔 후 화들짝 깬다. ‘몇시지?’ 이상한 느낌이 들어 변기 위에 앉아 팬티를 내려 보면 일주일이나 빨리 생리를 시작해 있다. ‘오늘은 모의고사 보는 날인데.. 망했다 ’ 생리통이 심한 나는 생리를 시작한 뒤 이틀까지는 배가 죽도록 아파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전날 선생님의 목소리가 어렴풋 들린다. “모두들 내일 모의고사 인거 알지?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컨디션 조절도 굉장히 중요하다는 거 잊지 말고! 아파서 못봤어요 이런거 없다 나는! 모두들 명심하고 내일 모의고사 잘보도록 하렴^^”. 재빨리 씻고 택시를 잡기 위해 손을 앞으로 내밀어보지만 택시들은 오늘따라 빨리 잡히지도 않아서 결국 버스를 타고, 힘들게 학교를 도착해 보니 벌써 시험시작을 해서 야단을 맞고 들어온 뒤 컴퓨터용 싸인펜이 없어 또 꾸지람을 듣고 시험이 끝난 후 채점을 해보니 또 채점하는 족족 비가 내린다. 이상하게도 꼭 내 이야기 같은 그런 책이다. 그녀와 후배와의 이야기 직장안의 이야기 사실 나이만 다르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들이다. 그러니 당연히 내 이야기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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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애란.. 솔직히 필자는 책을 엄청 많이 읽는 것도 아니고 이런 잔잔한 평범한 소소한 이러한 수식어가 붙는 소설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지금까지 내가 읽고 재밌다 라고 느낀 책들은 시드니 셀던의 <시간의 모래밭>이라든지 주제 사라마구의 <눈 먼자들의 도시>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 그리고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파피용>등이었다. 이정도만 말해도 어떤 장르의 책을 좋아하는 구나 하고 딱 느낄 수 있을 만한 그런 책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을 읽기 위해 매번 대출중인 이 책을 읽기위해 계속 도서관에 다녔다. 사실 이렇게 하면서까지 읽고 싶었던 책은 아니지만 자꾸 대출중인 바람에 더 읽고 싶은 마음도 생겼고 그 만큼 더 신비감이 생겼던 책이다. 지금은 후회가 된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지만 책을 막 다 읽었을 때는 내 책장 속에 고이 모셔두고 싶은 그런 책이고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내 가슴 속 한 구석에 고이 남아 있는 책이다. 어느새 나는 또 무심하게 책장을 넘기고 있다. 아직은 책의 단물을 다 빼지 못한 것 같다. 침이 고인다는 그런 책인 것 같다. 두고 두고 계속 씹고 싶은 그런 책... 책장을 또 다시 넘기고 있는 나는 아직 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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