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잊혀진 감성을 일깨우는 ''''침이 고인다'''' 독서 감상문

  • 작성일 2009-07-27
  • 조회수 475

'침이 고인다' 독서 감상문


[도도한 생활을 읽고]

나도 여자아이들은 피아노학원, 남자아이들은 태권도 도장이라는 정해진 룰 아닌 룰로 인해 3년이라는 시간동안 피아노 학원에 다닌적이 있다.
음악이라는 개념이 아직 자리잡지 못해 있던 나였지만 도도한 생활의 주인공처럼 나도 '도'라는 음계를 참 좋아했었다.
왠지 모든음계의 처음이자 중후한 이미지의 아저씨를 떠올리게 했기때문이기도 했고...
맨 처음,기본이라고 배우는 '도레미파솔라시도'에서 도가 두번이나 나왔기때문이기도 했다.
또 블랙 앤 화이트로 잘 빠진 피아노를 처음 본 순간은 너무 두근거려 하루종일 학원에서 음계만 쳐댄적도 있었고
바이엘이라는 걸 한곡 한곡씩 배울땐 피아노가 정말 갖고싶어서 3일 밤낮으로 엄마를 조르기도했다.
그리고 어느새 바이엘을 모두 떼고 체르니란 걸 들어가게 됐을땐 나도 모르게 조금 우쭐해있었다.
다른 여자아이들은 6학년쯤이면 체르니 30번을 중반정도 쳤거나 끝냈는데 나는 겨우 100번 들어갔다고 우쭐했던 터라 지금보면 웃기기도 하지만
그 우쭐함은 이제 어느정도 악보만 보면 칠 수 있다는 기쁨에서 나온 것 같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중학교에 올라가자 집과 멀다는 이유로 피아노학원을 끊었고
3일을 졸라 처음으로 장만한 내 키보드마저 언제인지 기억나진 않지만 고장나서 버렸다.
그래서 왠지 어머니께서 주인공에게 세탁기도 아닌 냉장고도 아닌 피아노를 사줬다는 부분에서 조금의 부러움이 일었다.
물론 가게와 붙어있는 방에 껴 들어간 것이였고 연주를 그다지 잘 하지 못했던 주인공이여서 칠 때 조금 욕을 먹었다고는 하나
치고 싶을 때 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부러운 일인가.
그런데 그로부터 1년이란 시간이 흐르고 피아노가 마음속에서 서서히 잊어질 즈음,행사의 달 5월이 돌아왔는데...
내가 다니는 중학교는 합창대회라는 것이 있어서 반주자와 지휘자를 뽑아서 말 그대로 합창을 해야했는데 그때는 목이 장난 안 치고 형편없었기때문에
내심 반주자를 바라며 '제가 반주자 할 수 있어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조건이란게 사람을 쥐고 흔들 수 있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교회에서 피아노를 쳐본사람,체르니 30번이상인 학생 손 들라는 말이 왜 그렇게 마음을 씁쓸하게 만드는지...
더군다나 거기에 확인사살인지 집에 피아노있는 사람까지.
그 조건을 달성하는 사람들은 전교 700명에서 기껏해야 한반에 1~2명씩 36명. 700분의 36이었다.
그렇게 한껏 우울해진 기분을 짊어지고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가던 어느날은
우연히 버려진 피아노를 보게되었다.속으론 '아깝게 멀쩡한 피아노를 왜 버려'라고 하며 손을 저절로 건반위로 올렸다.
하애서 따뜻할 것 같지만 실제론 차갑고 무게감있는 건반을 1년만에 다시 만지니 그게 그렇게 기분 좋을 수가 없다.
근데 대략난감.
이젠 머리속의 악보들은 완전히 삭제되었는지 손가락을 꺾어주고 멋있게 친다는게 음계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 느낌이 생소하면서 어찌나 슬프던지....
결국 음계를 한번 왕복으로 쳐주곤 한참을 바라보다가 집으로 다시 터덜터덜 돌아갔다.
만약 저게 내 피아노였다면 하는 아쉬움만은 남겨두고서.

[침이 고인다를 읽고]

나는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5학년때까지 친구가 딱 3명있었다.
그것도 5학년 들어가서 생긴 죽마고우들.
원래 생각이 많아 별로 말이 없던 성격과 소극적인 성격때문에 언제나 나는 아이들의 추억속에 아주 작은 한부분을 차지했다.
'창가에서 책읽는 아이'의 이미지로.
그렇게 5학년때 죽마고우들을 사귀고 6학년때부턴 조금 사교성이 나아지는 듯 했으나 중학교에 올라오며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 이유인즉슨 나와 두 죽마고우가 같은 중학교에 배정받긴 했으나 두아이는 같은 반에 배정받게 된 것으로 다시 이 울지못할 성격이 스물스물 올라온것이다.
사람과 관계를 맺지못하는. 그 방법을 아예 모르는. 오히려 먼저 다가가는게 더 안좋아보인다고 생각하는.내가.난 너무 싫었다.
새로운 만남을 가지고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며 익숙해지는 2주동안 친구 하나 사귀지 못했다고 하면 거짓말치지 말라고 했겠지만 진짜인걸 어떻게 한단 말인가.
더군다나 어설프게나마 다가가서 조금 친해진 듯 하면 급할땐 등을 돌려버리는 사람들때문에 학년이 올라가면 갈 수록 성격은 오버하는 성격이 되어갔고 다른 사람에겐 마음을 주지않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침이 고인다]에서 나온 인삼껌이 도시락이 되어 온 것은 중 2때였다.
중2때는 나는 친구를 가장 많이 사귀었다. 한 20명 가까이 될 거이다...더이상 세명만의 세상이 아닌 여러사람이 공유하는 나라는 세상.
희귀하게도 내가 다니는 중학교에서는 급식대신에 도시락을 쌌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과 밥을 먹기엔 책상이 벅찼으므로 언제나 가장 친한 5명만이 일명 도시락멤버였다.
그 중에 나랑 관심사는 전혀 달랐으나 성도 같고 생긴것도 빼닮았던 친구가 있었는데 어찌나 관심사가 다른지 내가 치킨하면 그 녀석은 피자라고 했고
또 내가 발라드하면 그 녀석은 락이라고 했다.
게다가 그녀석의 몸에는 사교성이란게 과포화되어있어서 그 점에서도 나랑 많이 달랐다.
그런데 거기서 관계가 삐끄덕거리기 시작한것이다.
어느날 그 녀석이 내가 새로 사귄 친구라며 보여준 아이가 있었는데 뚱한 표정이 왠지 나를 맘에 안들어하는 것 같았다.
애써 미소를 짓고있는데 어찌나 세상사에 관심없는 얼굴이였는지 황급히 그녀석은 원래 표정이 이렇다면서 해명까지 해댔다.
그렇게 나와도 친해지면서 우리는 처음 소개시켜준 사람보다 더 친해졌다.그래서 나는 정예멤버에 새로운 멤버 3명까지 더해
점심시간에 6개의 책상을 덧붙여 써야하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막상 점심시간이 되니 3명이서 잠시 쑥덕거리더니 책상을 2개를 따로 떼어내었다.
그런데 무슨 빠릿빠릿한 부하들도 아니면서 애들이 곧바로 그쪽으로 다 옮겨 앉는게 아닌가.
4개의 책상에 홀로남게 된 난
뭔지 모를 울컥함에 내 자리로 돌아가서 그날을 계기로 혼자 도시락을 먹게되었다.
원래는 그 날만 삐친척하고 다음날엔 '에이~장난치지마'라고 하며 옆에 가서 앉을려고 했는데 왜 와서 같이 안 먹냐는 질문 하나 안 던져주니
그게 또 그렇게 서운할 수 없다.울컥함에 서운함까지 더해져 그렇게 2주 가까이를 혼자 울면서 도시락을 먹었다.
난 인삼껌처럼 기다리고 있다는 뜻으로 도시락을 천천히 먹고있으면 와 줄거라는 헛된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결국 또 인삼껌처럼 언젠가를 기약하는 꼴이 되었지만.

지금은 나와 닮은 그 녀석과 진지한(?) 화해로 인해 다시 친해지게 되었지만
이젠 더 이상 도시락이란 기다림을 같이 먹을 수 없게되었다.
1,2학년때까진 끈덕지게 붙어있던 녀석과 3학년이 되면서 떨어지게 되면서도 그렇고
이젠 더이상 도시락을 싸오지 않아도되는 급식제도로 바뀌었기때문이였다.
그래서인지 오늘따라 울면서 꾸역꾸역 먹던 도시락이 떠오른다.
엄마가 더 이상 힘들게 새벽에 일어나셔서 도시락을 싸주시지 않아도 되고
무거운 책가방과 실래화가방에 육중한 무게를 더해주는 도시락가방을 들지 않게 되었지만
자꾸만 이제는 익숙해져서 없으면 오히려 허전해진 무게가 수저한통이라는 깃털같은 무게로 변해버려서 조금은 아쉽다.
그런데 도시락을 먹을 땐 반찬투정도 하며 맛있는것 좀 싸달라며 엄마께 떼아닌 떼를 부려댔는데
첫 급식을 먹게되니
엄마가 해준건 역시 모든 맛있더라...
뷔페음식보다.

 


댓글 남기기

로그인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남겨 주세요!

댓글남기기 작성 가이드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비방 등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주제와 관련 없거나 부적절한 홍보 내용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기타 운영 정책에 어긋나는 내용이 포함될 경우, 사전 고지 없이 노출 제한될 수 있습니다.
0 / 1500

댓글0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