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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M 99.9

  • 작성일 2007-03-06
  • 조회수 547

낭독자 : 윤성택/윤성택

FM 99.9

                        



육십 촉 전구가 긴 하품처럼 흔들린다

목젖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골목 어귀 바람은

기댄 리어카 헛바퀴로 다이얼을 맞춘다 

주파수를 잃은 낙엽이 쓸려간 후미진 끝

별들의 수신음이 가득하다 별과 별

이어보는 별자리는 전선으로 잇댄 회로,

때로 ON 표시처럼 스탠드 불빛 새어나온다

조금씩 뚜렷해지는 스테레오 같은 창들,

막막한 어둠 속에서 채널을 갖는다

같은 시간 같은 음악을 듣는 이들은

서로를 잇대며 이룬 외로운 기지국이다

붉은 막대채널 같은 가로등이 길 위를

밀려가고 가끔 개 짖는 소리가 잡힌다

거미줄은 스피커처럼 웅웅거린다

배달 오토바이가 LP판 소릿골을 긁으며

좁은 골목을 돌아나온다 불빛에 꽂힌

사소한 소음도 이제는 모두 음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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