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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소

  • 작성일 2006-04-07
  • 조회수 298

낭독자 : 이문숙/이문숙

세탁소

 

 

이 문 숙

 

 

갑자기 공중에서 서터 떨어지는 소리 들린다
세상은 거대한 서터가 달린 상점이 많다

 

못했놨어요 그 말만 던지고
다림질만 해대는
주인의 펑 젖은 등이 갑골문자처럼 단단해진다

 

가로수 넓적한 이파리 아래 피신한 새들을 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쫄박 비를 맞는다

 

그렇게 되면 세탁소에서 빠져나온 처마 아래
연통이 그들의 마지막 피난처가 도니다
비좁은 자리를 앉아 있다 날아간다
그동안 다른 새들은 빗속에서 펄적펄쩍 뛴다

 

내려앉을 위 자리가 넉넉지 않을 것이다

연통 위에 조르르 안자아 저 급작스런

서터 떨어지는 소리도 들을 수 없는 것이다

 

양철 표면을 긁는 발톱 소리가 요란타!

몸에 온기가 도는지 달라붙었던 털이 일아서고
물찌동을 찍 갈긴다

 

이 비 그치면 지상에 뵈지 않을 것들이
하나 둘 늘어난다

 

다림질된 옷들이 횃대에 하나 둘 걸리는 세탁소
천둥과 번개를 쪼개고 작은 씨앗들이 들어앉는다

 

- 시집 『천둥을 쪼개고 씨앗을 심다』(창비, 2005)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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