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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현시장

  • 작성일 2005-05-20
  • 조회수 455

낭독자 : 김보영/강형철

 

아현시장

 

 

강 형 철

 

 

아현시장에 오면 즐겁다
가게와 가게 사이 둘러쳐진 비닐에
이따금 머리카락이 스치는 기분도 기분이지만
싸구려로 쌓아놓은 스타킹 내복 양말
어물전 앞에서 세상을 향해 배꼽 내놓은
고등어 꽁치 생태
그 옆의 도미 조기 맛 농어 임연수어 계통 없는
집합이 즐겁고
평생 고추 빻는 일만 할 것 같은 방앗간
기계 사이 낀 고cnt가루 털어내는 막대기 소리도 즐겁다
모가지가 잘렸어도 가부좌로 태평한 닭의 종아리
조그만 됫박 위 마른 다리 서로 엮으며
긍지의 잡담을 늘어놓고 있는 마른 멸치
플라스틱 바가지로 쏟아져내리는 어묵덩어리
그 무수한 엇갈림이 좋다

 

엊그제 사간 옷을 바꾸러 왔다가
싸움으로 번진 옷가게는 시끄럽고
고무함지에서 미꾸라지가 일으키는 구정물도 신난다

 

시장 입구 한쪽에선
삼십 년째 빈대떡을 뒤집는 할머니
풋고추 성성 썰어 간장통을 채우며
입술 오므려 호박전의 어깨를 짚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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