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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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一人詩爲(일인시위) ‘고독사’
一 人 詩 爲 (일인시위) ‘고독사’ - Poetic Justice DNR 김경주 내 가슴엔 문신이 하나 있어 DNR(do not resuscitate)이라는 글씨야 의학용어로 심폐소생술을 거부한다는 뜻이야 내 심장이 멈추면 더 이상 날 살려 주지 말아 줘 멀리 있는 자식들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아무의미한 연명치료는 이제 그만 해줘 나는 매일 밤 잠들기 전 화장을 하고 자곤 해 마지막 화장일지 모르기 때문에 곱게 하고 싶어벽에 돌아누워 화장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눈물을 흘려 어느덧 내 머리칼은 흰 폭설로 하얗게 변했어 이불 속에 누워서 삶이 가여워서 나는 웃곤 해 다시 아침이 온다면 살아서 웃음이 날 것 같아 열심히 삶을 속여도 늙는 건 못 막아열심히 삶을 속여도 늙는 건 못 막아 밤이면 발이 차가워지고 별이 차가워지고 눈물이 차가워지곤 해 내 쇄골은 빗물이 가득 고일 만큼 파였어 심장이 멈추어 자연스럽게 죽을 수 있다면 행운이야가장 인간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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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책방곡곡] 순천 책방심다(제1회)
현 : 존중 이야기하니까 생각났는데 19쪽을 보면 처음에 고독사 워크숍에 대한 공고를 말해 주기 시작할 때 ‘자기혐오와 자기 구애를 멈추지 않는 사람들이 마침내 고독사에 이르는 법이거든요. 고독사란 결국 인간의 존엄이랄지 위엄에 대한 절박한 구애의 형태로 완성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라는 내용이 나오잖아요. 지금 여기 워크숍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전부 타인한테서 존중을 받거나 인정을 받는 게 결여된 사람들이잖아요. 존중받고자 하는 욕구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라고 생각해요. 자기혐오와 자기 구애를 계속 멈추지 않는 사람들이 고독사에 이른다고 나와 있는데요. 타인한테서 자기가 배제됐다는 그런 자기 혐오감, 그런데 자신에게만이라도 스스로 존엄하고자 하는 욕망. 그런 것 때문에 이 고독사 워크숍이라는 게 이 사람들한테는 탈출구, 어쨌든 자신을 존엄하게 만드는 통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렇게 매일매일 부고를 하루 세 번씩 쓰면서 뭔가 하고 있는 게 사실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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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제2회 민들레예술문학상 특별기고]서로 손-잡기의 협력은 예술이다
그런 사회에서의 죽음은 고독사가 아니라 고립사(孤立死)라고 고쳐 불러야 마땅하다. 우리는 누구나 대박을 꿈꾸지만, 쪽박 안 차면 다행인 사회에 살고 있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금융시장은 우리가 상상하는 규모보다 막대하지만, 그곳에는 보이지 않는 손이 진짜 보이지 않는다. 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를 겪은 지금도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저축은행이 도산하고, 증권회사가 부도날 때마다 희생양이 되는 존재는 사회적 약소자들이다. 프랑스 사회학자 로익 바캉이 “보이지 않는 손이 철장갑을 끼고 나타났다”라고 한 말이 갈수록 우리나라에서 설득력을 얻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계층 이동의 사다리는 치워졌고, 그 자리에는 미끄럼틀이 놓인 셈이랄까. 한번 미끄러지면 다시 정상 궤도로 올라가기 힘든 미끄럼틀 사회가 되어버린 것이 아닐까. 그런데 맨몸밖에 가진 것이 없는 가난한 사람들이 당장의 연명을 위해 생존의 비용을 마련할 수 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