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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꿈
꿈 서수찬 언젠가 아빠가 내 꿈을 물어봐서 나는 커서 아빠의 우렁각시가 되는 거라고 크게 말한 적이 있다 아빠는 우리 딸의 꿈이 집을 잃어버리지 않고 돌아오는 힘이라고 말했다 먼 바다에 나갈 때 배 한 쪽에다 집을 잃어버리지 않게 내 꿈 한 쪽을 묶어서 걸어 둔다고 했다 꿈이 풀려서 팽팽하게 당길 때까지만 나갔다가 꿈을 잡고 다시 돌아온다고 했다 아빠를 위해서 나도 내 꿈을 바꾼 적이 없다 될 수 있는 대로 왜소하게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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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시계, 시간, 그리고 꿈
꿈이 자신 있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겉으로는 너무도 작고 힘이 없어 보이는 꿈이 정말 내면에 강한 힘을 갖고 있을까 궁금해졌고, 그래서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조심스럽게 꿈 위에 내 몸을 얹었는데, 꿈은 자신의 말처럼 조금도 찌그러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꿈이 힘이 좋은 것은 아직 느끼지 못했으나, 내가 무진장 가벼워져 있다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내가 꿈을 꾸는 건 아니겠지? 내가 혼잣말인 듯이 말했다. 꿈은 나를 등에 업은 채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었는데, 시간을 탈출하거나 시계를, 혹은 잠을 탈출한 것은 아니었다. 나는 여전히 갇혀 있었고, 다만 잠 속의 이동일 뿐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꿈은 발걸음을 멈추었다. 나는 꿈의 등에서 내려서며 사방을 둘러보았는데, 우리가 선 곳은 까마득한 절벽 위였다. 여기서 비행할 거니? 내가 물었고, 꿈은 고개를 끄덕였다. 꿈이 결코 아니야. 넌 이제 나와 같이 하늘을 날게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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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꿈을 적다
이안 꿈을 적다 살구나무와 통하다 연필을 깎는 동안 유고시 꿈을 적다 꿈에서 나는 언제나 고향에 살았다 국민학교에 입학해서 표준어로 한글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어머이' '아부지' '성'을 버렸다 순하디 순한 '그랬어유'와 '야'를 버렸다 오가 언년이 흥기 주덕이 용각이 형을 버렸다 고등학교까지 교과서에 충실함으로써 고향과 관련한 모든 것을 스무 살 전에 버릴 수 있었다 나는 사람이었고 사람은 나서 서울로 가는 거였으므로 그 뒤 아버지 어머니도 가산을 정리해 상경하시고 젊은 아버지의 손수 지으신 고향집도 팔리고 헐렸다 그때부터 꿈에서 나는 언제나 고향에 살았다 아버지 어머니도 아니 계시고 들어가 살 집 한 칸 아니 남은 고향에서 아버지 어머니 대신 농사를 지으며 버리고 떠나온 고향을 뼈 빠지게 살았다 간혹 서울로 간 형과 누이, 아버지 어머니가 다니러 왔다간 돌아가신 날이면 나는 고향 집터처럼 외롭게 깨어났다 간밤엔 큰불이 나서 오가네와 흥기네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