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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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제3회 민들레문학상 우수상_수필]천호동 연가
[제3회 민들레문학상 우수상_수필 ] 천호동 연가(戀歌) 이규원 서울과 경기도 하남시 사이에 위치한 천호동은 이름 그대로 천호(千戶)-집이 천 호에 불과한 동네라는 뜻으로 지어졌지만, 내가 이곳에 살기 시작한 70년대 중반 무렵에도 이미 천 호를 훨씬 넘는 동네였다. 그럼에도 변두리 동네의 허름한 구석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낮은 주택들이 이어진 골목길을 지나노라면 철커덕철커덕 요꼬를 짜는 가정집 공장이 수두룩했고, 곳곳에 방 한 칸 부엌 한 칸의 집들이 길게 이어진 기차집의 지붕은 칙칙한 짙은 색깔의 천막으로 덮여 있었다. 기차집 앞에는 공동수도가 있어 늘 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으며, 여기에는 어김없이 공중변소가 있어 천호동의 변두리스러움을 더해 주었다. 그러나 충청도 시골뜨기인 내 눈에는 모두가 정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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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제3회 민들레문학상_수필]희망의 날갯짓
[제3회 민들레문학상 장려상_수필 ] 희망의 날갯짓 김홍기 나는 1964년 강원도 정선 시골 마을에서 평범한 가정의 1남3녀 중 셋째로 태어나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어머님은 일찍 돌아가셔서 어머니에 대한 기억은 사실상 없다. 그래서일까 20대의 삶은 특별한 기억 없이 보냈고, 30대에 들어서서는 남들 다하는 결혼도 못 한 채 아버님을 모시고 새시 대리점을 열심히 운영하였다. 그러던 중 2005년에 아버님에게 치매가 오셨고, 2008년도 요양원에서 투병 생활하시다가 어머니 곁으로 가셨다. 그해 겨울 어느 날……. 나는 발가락이 심하게 아팠다. 특별한 이유도 없었다. 통증이 심해 강릉아산병원에 갔더니 의사로부터 ‘버거씨 병’이라는 말을 들었다. 버거씨 병, 처음에는 그 병이 그렇게 무서운지 몰랐다. 거부할 수 없었다. 병원에서 하라는 대로 따라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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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제3회 민들레문학상 최우수상_수필] 미안해, 나는 아직 죽은 게 아니야
[제3회 민들레문학상 최우수상_수필] 미안해, 나는 아직 죽은 게 아니야 윤기석 사람이 꼭 자신의 집이나 방이 있어야 살 수 있다는 법이 어디 있겠는가? 조금은 억지스러운 생각 하나를 마치 해답인 것처럼 받아들고 맞이하는 아침, 나는 밝아 오는 세상을 향해 오만하게 걸어 나갔다. 조금도 꿇릴 게 없다는 듯 민달팽이 한 마리가 풀잎에서 빛을 발한다. 밤새도록 짓누르던 집채만한 무게를 내려놓은 자유스러움에 홀가분해졌지만 한편으론 민달팽이의 여린 속살처럼 온몸이 시려왔다. 골목을 지나다가 집집마다 대문 앞에 내 놓은 재활용품 중에서 용케도 돗자리와 담요를 챙겼다. 밤을 새운 피곤한 몸을 누이기 위해, 자연에 둥지를 트는 새처럼 희미하게 밝아오는 산을 찾아들어가 인적 없는 곳에 자리를 펴고 눕는다. 울창하게 주변을 둘러싼 나무들로 이루어진 거대한 방. 갑자기 나는 초록색 그 자체의 의미 앞에 압도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