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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인터뷰-텍스타일 아티스트 정희기 ‘기억에서 멀어지는 대상들을 시각화하는 작업’
[기획 - 인터뷰] 텍스타일 아티스트 정희기“기억에서 멀어지는 대상들을 시각화하는 작업” 인터뷰 일시: 2018년 2월 5일 소설가 박민정 * 코너 소개: 소설가들은 어떤 방식으로 인물을 취재하고, '팩트'와 '디테일'을 확보해서 그것을 변주할까? 본 코너에서는 소설가가 작품을 쓰기 위해 여러 방식으로 취재했던 직업인을 만나 작품 속 특정 직업에 대한 묘사와 소설을 쓰게 된 경위를 이야기한다. 소설 「당신의 나라에서」(『아내들의 학교』, 문학동네, 2017 수록)는 이렇게 시작한다. “나는 그곳에 대해 기억나는 바가 거의 없다. 부모가 말해 준 레닌그라드에 대해서”. 이제는 사라진 지명인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배경으로 소설을 쓸 생각을 어떻게 했느냐 하면, 내게는 놀랍게도 ‘소비에트’ 시절 모스크바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친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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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제2회] 핸드폰
시각, 청각, 후각, 미각, 그리고 촉각이 바로 그것입니다. 애인과 직접 대면할 때, 혹은 같이 영화를 볼 때, 우리는 이 다섯 가지 감각 대부분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핸드폰에서 울리는 애인의 목소리나 음성 녹음은 청각에만 국한되고, 애인이 보낸 문자나 사진은 시각에만 한정될 뿐입니다. 당연히 핸드폰으로 연결된 연인들은 불만족의 상태에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핸드폰을 통해서는 우리는 애인의 향내도 맡을 수가 없고, 애인의 손을 만질 수도 없고, 그리고 애인과 키스를 나눌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핸드폰의 마지막 음성, 혹은 마지막 문자는 항상 언제, 그리고 어디서 만나자는 제안으로 마무리되곤 합니다. 연인들이 직접 만나면, 두 사람은 직접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그런지 집적 만나는 것은 시각과 청각의 일이라는 오해가 생기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직접 만남에서 본질적인 것은 후각, 미각, 그리고 촉각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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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파리지옥에 빠진 달 - 귓속의 하루 외1
파리지옥에 빠진 달 윤예영 새벽달을 본 사람은 알지 달 중에도 가장 기름진 달이 새벽달이란 걸 달도 알지 차가운 혓바닥들이 어둠의 속에서 일제히 고개를 쳐드는 광경을 그 기이한 냄새를 낮 동안 풀것만 먹는 그들은 새벽마다 천둥 같은 배고픔 속에 깨어난다 베개에 얼굴을 부벼도 가라앉지 않는 헛헛함으로 화덕에 구운 빵처럼 질긴 달을 뜯는다 아침마다 길고 하얀 손으로 남편 등을 긁어주는 윗층 여자도 영국제 찻잔에 홍차를 마시는 옆집 남자도 새벽달이 뜨는 밤마다 잠에서 깨어나는 건 그들이 모두 창밖으로 목을 길게 내미는 건 그들이 모두 달무리처럼 아 오 입 벌리는 건 그리고 연체동물의 촉수처럼 길고 끈끈한 혀 만나보다 영원하고 밀떡보다 배고픈 굶주린 이들의 타액에 녹아내리는 하얗고 둥근 그것 그 시각 누구는 입에서 단내를 풍기며 잠을 자고 또 어떤 이들은 길고 고요한 입맞춤을 나눈다는 그 시각 파리지옥이 크게 입을 벌리는 시각 달이 댕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