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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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소설 비가 오면 새들은 어디로 갈까
이렇게 비 오는 날이면 새들은 어디로 갈까? 생각은 의식의 흐름대로 이어졌다. 비가 오면 새들은 자신들의 보금자리인 새집으로 가겠지. 나뭇가지 위에 걸쳐진, 위가 뚫린 짚으로 된 집으로. 그런데 그런 집은 여지없이 빗물이 새어 들 테고 쉬지도 못할 텐데. 어쩌면 새들은 비가 올 땐 새집이 아닌 다른 어딘가에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릴지도 몰라. 어쩌면 녀석도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뭔가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몰라. 나는 갑자기 무슨 기발한 발견이라도 한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그새 빗방울이 굵어졌는지 빗소리가 우두둑 내리쳤다. 룸 미러로 좌석들을 살폈다. 아무도 없는 빈 버스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이대로 고속도로를 달려 바다로 가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짙푸른 바다를 옆에 두고 끝도 없이 달린다면? 상상만으로도 뭔가 통쾌했다. 나는 마른세수를 한 뒤 창문을 닫고 시동을 걸었다. 버스가 묵직하게 움직이자 나는 핸들을 오른쪽으로 크게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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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소설 우리는 고리 위에 있다.
내가 있는 승강장과 저곳의 승강장 사이에 관광버스를 열 맞춰 세운다면 30대는 족히 들어갈 것 같다. 규모가 상당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문득, 어제 광합성 열차에 대해 알아보던 도중 인터넷의 연관검색 키워드로 ‘환경오염’, ‘환경단체 반발’, ‘보금자리를 잃은 동물들’ 등의 게시물 제목을 지나쳐 온 게 생각났다. 저 너비의 레일이 지구 한 바퀴를 감고 있다. 얼마나 많은 나무가 베어져 나갔을까? 이 또한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일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전 세계적으로 우울증이 얼마나 문제가 되길래 결국 이 레일이 설치된 것일까? 이 또한 나 개인의 작은 두뇌로는 가히 상상되지 않을 것이다. 보면 볼수록 대단한 너비다. 1층짜리의 기다란 대형마트가 엄청나게 빠른 속력으로 지구를 빙글빙글 돈다는 것인데, 얼마만큼의 에너지가 필요하고, 그 에너지는 무엇을 통해 생산되는 것일지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