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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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지독한 우정
그 냄새는 바로 엄마와 내가 살아오면서 맺은 우정의 냄새인지도 몰랐다. 왜 말이 있지 않은가. 사랑은 가도 우정은 변치 않는다고. 하지만 변하지 않는 우정의 맛이란 그렇듯 비리고 짜고 쓰고 그러고도 달콤하기까지 한, 지독한 것임에는 틀림없었다.《문장 웹진/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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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친구라는 ‘부름’ : 『우정의 정치학』
‘이미 항상’과 ‘아직 아닌’이 겹쳐 있는 ‘아마도’의 모습으로 등장하는 어머니의 우정을 배제할 때만 형제들의 우정이 가능해진다. 어머니의 비대칭적 사랑이 없었더라면 자기-사랑은 등장할 수 없었을 것이다. 자기─사랑은 자신의 기원을 망각할 때만 가능하다. 그러나 비대칭적인 어머니의 기원적 사랑을 배제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우정의 가장 훌륭한 예로 제시된 자기─사랑에 우정이 있는가? 친구가 없지 않는가? 라고 데리다는 묻는다. 가장 훌륭한 우정은 우정이 되기 위해 스스로를 배가시켜야 한다. 친구는 하나 이상이어야 한다.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는 다시 친구를 ‘또 다른 나’라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자기─사랑은 자기-분열일 수밖에 없다. 영의 말대로 개념은 자신의 보편성을 주장하기 위해 예를 동원한다. 그러나 우정의 가장 훌륭한 예가 우정을 없애버린다면 우정의 보편성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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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특집 에세이_사랑의 정치, 사랑의 윤리] 사랑 섹스 그리고 우정에 관한 몇 가지 고백
스킨십을 한다는 것 자체가 서로에 대한 믿음과 친밀감, 우정 어린 마음에서 출발하는 것이기 때문에 남들에겐 조금 이상하게 비쳐졌을지 모르지만 어쩌면 내게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친구라고 하기에는 좀 더 깊고 애인이라고 부르기엔 아주 짙지는 않은 미묘한 경계의 언저리에서 서로가 서로를 걱정하고 염려해 주는 눈빛과 배려하는 보살핌과 어루만짐이 자주 오가다가 어느 날 아주 자연스럽게 같이 밥을 먹고 영화를 보고 차를 마시듯 섹스를 하게 됐던 것 같다. 그렇게 시작된 섹스는 오히려 굉장히 도발적이고 격렬했다. 짜릿짜릿한 쾌감이 온몸을 쓱 훑고 다닐 때면 나도 모르게 탄식이 새어 나왔을 정도였으니까. 사랑에도 정치가 있고 윤리가 있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섹스는 사랑의 정치와 사랑의 윤리 앞에 온다. 사랑의 감각과 사랑의 의지 앞에 있다. 사랑의 종류에도 동지애나 정치적 연대, 우정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어떤 경우의 섹스는 이 모든 것을 초월하여 앞으로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