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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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여행의 추억 外
강신애 여행의 추억 저 사과를 부수어 삼키던 입술은 어디로 갔나 주루루 모래가 쏟아질 듯한 술병을 기울여 한 잔의 술을 맛보았던가 책을 펼쳐 ‘기억은 깨진 제비꽃 깨져 위 아래 왼편 오른편으로 자라나는 종유석’ 이런 문장을 읽었던가? 돌들의 중얼거림에 둘러싸여 시간이 사람보다 빨리 늙어가는 이곳에 다녀가긴 다녀갔던가 그림자만 흔들흔들…… 숨결 박힌 화석과 줄넘기하고 있는 * 그림 : 〈여행의 추억〉, 르네 마그리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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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박경리 선생님을 추억하며] 뒷모습과 그늘의 추억
[박경리 선생님을 추억하며] 뒷모습과 그늘의 추억 이경혜 박경리 선생에 대한 추억담을 쓰겠다고 덜컥 청탁을 받아들였지만 기실 선생은 나를 개인적으로 아시지도 못했다. 토지문화관에서 선생을 뵙기는 했지만 나는 작품 활동이 저조한 무명작가라 선생께서 기억하지 못하셨고, 나 역시 그런 부끄러움으로 선생 앞에 나서지 못했다. 그래서인가, 내게 선생은 직접 뵈었을 때의 기억보다는 먼발치에서 혼자 지켜보던 뒷모습으로 더욱 선명하고, 선생이 베풀어 주신 너른 그늘에 깃들었던 아늑함으로 더욱 친밀하다. 2001년 봄, 나는 우연히 신문에서 토지문화관 기사를 읽었다. 가뭄 끝에 빗소리를 들은 것만 같았다. 그곳의 이틀이면 뭐든 해낼 것 같아 내게는 벅찼던 숙박료를 지불해 가며(그때는 집필실 지원이 시작되기 전이었다), 오래 팽개쳐 둔 소설을 들고 그곳으로 갔다. 본관 3층 구석방에 나는 홀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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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아리랑의 추억(アリランの追憶)
チャペル 尹東柱追悼の集いにて 아리랑의 추억 야나기하라 야스코 청년이 우지宇治 강가에서 아리랑을 노래했다 겨울날의 양지와도 같은 멀리 지난날 급우들이 베풀어준 송별의 피크닉 망설임 없이 불렀던 민족의 노래 아리랑 마음은 먼 고향으로 달려서 간다 바다 맞은편 간도에서는 늦봄을 맞아 꽃들이 자랑스레 피고 있었을 게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 간다∼ 이윽고 수면이 소란스레 바람이 일고 청년의 아리랑을 싣고 떠났다 기억은 아마가세의 적교 위 사진 한 장에 역사의 증명처럼 고요히 남겨졌다 바람 속에 사라진 아리랑 그로부터 어디를 헤매온 것일까 청년의 감옥 창가와 묘지의 언덕을 찾아다니기라도 했던 것일까 세월이 흘러 청년이 다니던 대학의 채플 긴 유랑의 흔적 지난 시간을 말하듯이 사람들 귀에 되살아나는 그 날의 아리랑 평화에의 간절한 염원 남겨진 시와 더불어 거기 모인 사람들 마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