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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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한국 문학 번역, 그 슬픈 실상
그러나 고도로 성장한 한국의 경제나 문화·문학의 수준과는 달리, 문학 작품 번역은 아직 충분한 수준에 올랐다고 볼 수 없다. 한국 문학 번역 작품들을 충분히 많이 검토해 본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국제문학상을 받은 번역작의 수준이 내가 이 글에서 검토하고 밝힌 이 정도라는 사실은 한국 문학 번역에 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대거상 심사위원들이 생각했을 때 「밤의 여행자들」은 번역의 문제를 뛰어넘을 어떤 매력이 있었으리라. 그것은 아마도 이 작품이 가진 주제의 힘, 메시지의 힘에 있었으리라. 한국의 대중문화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인정받는 시대에 들어섰으나 시각성이 강한 영화나 드라마와 달리 문학은 번역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한국 문학 번역이 한 단계 올라서려면 번역지원도 필요하고 좋은 번역가 발굴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한국 문학 번역에 진지한 관심을 가져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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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일본 소설, 한국 시
번역자의 입장에서 볼 때, 한국소설이 세계로 뻗어나가려면 하루키 소설처럼 국경을 넘어 모두가 공감하는 세계, 난해하지 않은 단어나 문장이면서도 세련되어야 하고, 번역하기 쉬운 문체를 개발해서 언어가 달라도 누구나 공감하는 소설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은 시인께서 최근 몇 년간 줄곧 노벨문학상에 노미네이트되곤 하는데, 발표일이 가까워지면 일본 매스컴에서도 큰 관심을 갖는다. 이왕 출발했으니, 시의 나라인 한국에서 시로서 노벨문학상이 나오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한국시가 세계로 알려지는 일에 돌 하나를 더 얹는다는 마음으로 지금껏 일본의 여러 시문학지에 한국시를 번역 소개해오고 있지만, 일반 대중들이 한국시에서 멀어지지 않는 풍토를 만들어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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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12)타자와 언어: 언어는 번역될 수 있는가?
가령 김연수의 「케이케이의 이름을 불러봤어」(《세계의 문학》2008년 봄호)가 그렇습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자신이 사랑했던 한국인 남자의 고향을 찾아서 태평양을 건너온 50대 후반의 미국인 작가입니다. 한국인 케이케이는 그녀와 사랑할 때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곳이 ‘밤메’라고 알려주었고, 미국인 ‘나’는 케이케이와 헤어진 십삼 년 뒤에 ‘밤메’를 찾아갑니다. 미국인인 그녀에게 ‘밤메’는 당연히 ‘Bamme’일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인이 ‘밤메’라고 말하고, 미국인이 그걸 ‘Bamme’라고 기억하는 장면을 연상해 보세요. ‘밤메’와 ‘Bamme’는 과연 같은 곳일까요, 아닐까요? 만일 그것들이 동일한 것이라면 번역행위를 통해서 타자와의 커뮤니케이션에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을 테고, 그것들이 별개의 것이라면 번역은 언어를 매개할 뿐 본질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성공으로 이끌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