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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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이 또한 여행⑧] 어떤 장소를 환영으로 가로지르기
[여행에세이_이 또한 여행⑧] 어떤 장소를 환영으로 가로지르기 - 앙코르와트와 타이베이 양재화 부에노스아이레스, 이구아수 폭포, 우수아이아, 타이베이 야시장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홍콩과 싱가포르와 캄보디아 앙코르와트는? 부산과 타이베이, 진과스, 주펀은 무슨 관계가 있을까? 첫 번째 질문의 답은 왕가위 감독의 영화 「해피 투게더」에 등장하는 장소들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화양연화」 속 장소들이다(싱가포르 장면은 실제로는 태국에서 촬영했다고 하지만). 나는 저곳들을 모두 가보았다. 세 번째 답은 연관성이 좀 더 느슨하고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한 두 영화의 배경이 되는 곳이 대만 타이베이와 진과스, 주펀이다. 내가 막 여행하고 돌아온 곳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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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청소년백일장 수상작품 함께 읽기③]욱욱한 시만 깨어 있는 새벽
[청소년백일장 수상작품 함께 읽기③] 욱욱한 시만 깨어 있는 새벽 박찬세(시인) “욱욱한 시.” 어릴 적 친구들과 강가에서 놀 때면 누가 더 많은 물수제비를 띄우나 내기를 하곤 했습니다. 반질반질하고 납작한 돌을 줍기 위해 천천히 바닥을 읽어 나가던 시절이었습니다. 강가에 서서 돌을 던지면 돌이 닿는 곳에서 빛이 튀어 오르고 돌이 또 다른 빛을 찾아 날아가는 게 보였습니다. 강은 참 많은 빛을 품고 흘러갑니다. 그 빛 속에서 살고 있는 이름들이 떠오릅니다. 방학이 끝났는데도 돌아오지 않던 이름들……. 그 강을 성큼성큼 가로지르는 다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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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도시의 묵시록, 지옥에서의 글쓰기 - 김사과론 -
김사과는 자본의 체제로부터 탈출하기 위해서는 체제의 언어로 결코 포획되어서는 안 된다는 믿음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그녀는 체제 내부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결코 그 안에 포섭되지 못하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를, 체제 내부에서 파열을 일으키는 존재로 불러들인다. 그리하여 개체성이 휘발되고 혁명조차 불가능해진 이 체제가 전복되는 순간을, 다시 말해 억압된 자들이 회귀하는 그 불가능성의 순간을 집요하게 드러내고자 한다. 4. 지옥에서의 글쓰기 김사과의 소설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이 세계를 절멸시키는 중요한 벡터로 작동된다. 그녀는 혁명이 불가능할 것만 같은 이 도시 공간에서, '아무것도 아닌 존재'들을 호출한다. 그리하여 체제의 언어로 설명되지 않는 이러한 부정의 주체들이야말로 혁명 없는 시대를 '끝장'낼 수 있는 가능성을 담지하고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그녀의 소설을 지탱하는 힘은, '세계에 대한 부정'과 '존재에 대한 부정'을 가로지름으로써 형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