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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감상 소설 양선형 1927년(30세) ― 눈부심을 두려워한 나머지 태양이라는 것이 귀두처럼 역겨운 장밋빛이며 요도처럼 열려 오줌이 나온다는 사실을 결코 알지 못했다면, 의문으로 가득 찬 눈을 자연 한가운데서 뜨는 것은 아마도 쓸데없는 일이리라. 1) 1) 조르주 바타유, <연보> 그는 어느 날 홀연히 석방되었다. 그는 오래 전부터 날짜를 가늠하는 일을 포기한 상태였다. 외롭고 지루했다. 그가 기거하는 옥사 앞에 우두커니 멈춰선 교도관이 그를 향해 세 번 박수를 쳤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그, 일생의 대부분을 퇴락한 교도소의 비좁은 닭장에서 소일한 그의 형량이 만기에 다다랐다는 뜻이었다. 교도관이 그의 어깨를 조심스레 붙잡았다. 교도관은 야위고 수척했다. 악력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교도관에게 꾸벅 인사를 했다. 바깥을 향한 철문이 덜컹거리며 열릴 때 그는 홀가분한 기분보다는 눈앞이 아득해지는 당혹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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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로그원 스타워즈 스토리 감상
[제14회 문장청소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감상&비평] 제14회 문장청소년문학상 우수상 - 로그원: 스타워즈 스토리 감상 물개맨(신유진) 대개 영화를 비평할 때에는 영화에 반영된 현실의 무언가를 주목하기 마련이지만, 간혹 세상에 자신을 반영시키는 작품들이 분명 있다. 어느덧 시작한 지 40년이 넘은 스타워즈 시리즈는 영화가 현실의 문화를 지배하게 된 대표적인 사례이다. 따라서 스타워즈 시리즈의 외전 격인 <로그원 : 스타워즈 스토리>를 논하기에 앞서 '스카이워커 가문'에 얽힌 이 거대한 사가(saga)의 위치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스타워즈 시리즈는 미국의 신화이다. 스타워즈를 격상하기 위한 꾸밈말이 아니라, 별다른 건국 신화를 가지고 있지 않은 미국인들에게 스타워즈 시리즈는 정말로 일종의 대체 신화로써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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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젊은작가의 樂취미들] 영화감상
동요 부르기와 영화감상 이렇게 두 가지를 겨우 생각해 냈다. 가만, 동요 부르기는 노동이지 취미는 아니야. 결국 영화감상뿐이군요. 때문에 몇 가지 영화에 대한 짧은 감상을 이야기해 보겠다. 깊이 없고 단순한 소감일 뿐인. 요즘에 본 기분 좋았던 영화는 <마션>이다. 데이비드 보위의 스타맨을 배경으로 유쾌한 성격의 주인공이 화성을 탈출하는 장면을 보니 가슴이 벅차올랐다(화성 얘기인데도 라이프 온 마스가 아닌). 설령 스토리가 과학적으로는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할지라도. 기분이 좋았다. 커다란 음악 속에 있는 것도 오랜만이었다. 아주 뻔한 구조를 가진 영화라는 점도 좋았다. 주인공이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고,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분투하고, 아슬아슬 손에 땀을 쥐게 하지만 결국은 위기를 멋지게 타파한다. 덧붙은 후일담까지. 종종 그런 영화를 보면 쾌감이, 안도감이 든다. 좋은 기운을 전해 받는 것 같다. 눈앞에 닥친 위험을 하나하나 처리해 나가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