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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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문보영-일기
(인아영, 〈눈물, 진정성, 윤리 – 한국 문학의 착한 남자들〉, 《문학동네》, 2019 겨울호.) 13) 김홍중, 『마음의 사회학』, 문학동네, 2009. 32쪽. 14) 민경환, 〈풍경을 다시 크롭하기 2〉, 《문장 웹진》, 2020, 8월호. 15) 민경환, 위의 글. 4. 일기병 공유단, 그들이 요구하는 ‘비밀’의 정체 이때 ‘일기병 공유단’의 존재가 부각된다. 앞서 살핀 대로, ‘일기병 공유단’은 ‘나’의 가장 비밀한 지점을 표현하는 매체로 문보영의 일기를 이해하거나 이에 공감할 수 없으며, 그 내용을 단순히 전달받는 것으로서 독해를 완료할 수도 없다. ‘문보영-나’의 내밀함이 보장하는 ‘진실’의 층위가 그의 일기에서 상당히 복잡하고도 혼란스러운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며칠 전부터인가, 이제 더 이상 비밀을 말하고 다니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내 비밀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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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아동청소년문학 「어떤 겨울밤」외 6편
어떤 겨울밤 김미혜 눈보라가 휘이잉 몰아치는 밤, 하얀 옷을 입은 눈 아이가 어깨에 소복 쌓인 눈을 털며 들어왔어. 가늘고 새하얀 손을 비비며 추워라, 추워라, 달달 떨었어. 이리 와 불을 쬐렴. 할아버지가 난로에 불을 켰어. 눈 아이 손이 흐물흐물 녹고 발목도 녹고 종아리도 녹았어. 스르르 무너져 내리는데 아, 따스해라, 따스해라 입은 녹지 않았네. 모락모락 김이 올라오는 코코아를 내오던 할아버지는 그만 얼어 버렸어. 쨍그랑 찻잔이 깨져 버렸어. 할아버지는 얼른 난롯불을 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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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겨울 동화
“선생님, 풍경 사진을 많이 담아 봤지만 이토록 아름다운 겨울 풍경은 처음 봐요.” 서 작가가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말했다. “도깨비가 한 짓이라니 그럴 만도 하겠지.” “도깨비요?” 서 작가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되묻자 아내가 골짜기에서 전해 내려오는 전설을 들려주었다. “아항, 그렇군요. 오늘 풍경을 보니까 그럴 만합니다. 저도 인정!” 6 골짜기에 어둠이 내렸다. 그믐이라 하늘엔 별이 초롱초롱했다. 그럼에도 주변은 눈으로 인해 환했는데, 산등성이로 지나가는 짐승이 보일 정도였다. 밤이 깊어 가면서 찬바람이 일기 시작했고, 기온도 급강하했다. 얼마나 추운지 문고리에 손이 쩍쩍 들러붙었다. “날이 부쩍 추워졌어요. 아궁이에 군불을 많이 넣어야겠어요.” 아내의 말에 남편은 “알았어요.” 하며 아궁이에 장작을 가득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