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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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어떤 경기
그러니까 경기판을 더 키우는 거지. 그 사람들은 우리한테 관심 없어요. 그냥 우리가 어떻게 싸우는지, 재밌게 보기만 하면 그뿐이거든. 보현맞아요, 사람들이 나빠요, 사람들이. 승주어쨌든 경기 이긴 거 축하해요. 깔끔하게 인정할게요. 승주는 총부리를 보현에게서 거둔다. 보현은 크게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보현네, 네, 정말 감사합…… 아니, 감사할 건 아닌데 (사이) 저, 그럼 기회를 주기 위해 오셨단 말은? 승주아. 새 경기를 시작해 볼까 해서요. 보현……네? 승주는 총을 물끄러미 보더니 자신의 턱밑에 가져다 댄다. 보현사장님! 뭐 하시는 거예요! 승주원래 그냥 혼자 시작할까 했다가, 그러면 너무 재미없는 경기가 될 것 같아서요. 그래서 미리 대비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려 왔어요. 보현무, 무슨 경기, 무슨 대비요? 승주제가 여기 오기 전에 예약 게시글을 하나 걸어 놓고 왔어요. 음, 아마 지금으로부터 한…… 네 시간쯤 뒤에 올라갈 것 같은데. 제 유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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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2인3각 경기 - 인형 외1
2인3각 경기 강기원 나의 하루는 너의 하루와 달라 나의 스텝은 너의 스텝과 달라도 너무 달라 나의 문법과 너의 문법이 두 개의 행성만큼 멀듯이 내가 보는 태양은 너를 비추는 태양이 아닐지 몰라 그런데도 우린 두 다리를 묶고 세 다리가 되어 줄곧 뛰어야 하는군 두 걸음 나가면 세 걸음 주저앉는 꼴로 저 반환점을 돌아오기까지 우린 몇 번이나 더 고꾸라져야 하는 걸까 승자도 패자도 없는 이 경기 관중도 심판도 없이 내 발목에 사슬 묶고 내 안의 나와 벌이는 끝없는 2인3각 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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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책방곡곡] 경기 꿈틀책방(제3회)
[책방곡곡] 경기도 김포시 꿈틀책방(제3회) 이금이, 『알로하, 나의 엄마들』(창비, 2020) 사회/원고정리 : 이숙희(꿈틀책방 책방지기)참여 : 곽민희, 김보영, 양승주, 오민수, 최수이 책은 언제나 시공을 초월한 여행을 가능하게 해주는 도구지만, 이번 책은 마치 진짜 여행을 다녀온 것 같은 기분입니다. 끝나지 않는 코로나를 헤치고 말이죠. 120여 년 전 사진 한 장을 들고 조선에서 하와이로 떠난 세 여성들의 삶을 따라가 보았습니다. 사회자 : 『알로하, 나의 엄마들』이라는 소설, 어떻게 읽으셨나요? 각자의 별점을 나누며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요? 최수이 : 저는 5점 만점을 주고 싶어요. 너무 재밌게 읽기도 했고, 이런 책이 많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담았어요. 청교도들이 영국을 떠나 미국에 정착한 역사를 다룬 책은 많은데, 우리나라에서 미국, 하와이로 이주한 역사를 다룬 책이 별로 없잖아요. 우리가 관심 갖지 않는, 잘 모르는 우리 역사의 한 부분을 가독성 있게 재밌는 소설로 풀어낸 작가가 대단한 것 같아요. 고맙고요. 김보영 : 4.5점 충분히 주고 싶어요. 이 나이 먹도록 잘 모르던 역사적인 사실도 알게 되었고, 처음에 책을 펼쳤을 때 끊지 못하고 한 번에 다 읽었을 만큼 재밌었어요. 곽민희 : 저는 4점. 엄마가 18세일 때 시작되고 그 딸이 18세일 때 끝나는 설정을 통해 세대 간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낸 점이 맘에 들었어요. 1점을 뺀 이유는 홍주라는 캐릭터가 너무 매력적인 신여성으로 다가와서 오히려 몰입이 안 되더라고요. 그 시대에 정말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게 가능했을까 싶었던 거죠. 제가 시대적 배경을 잘 몰라서 그럴 수도 있고요. 오민수 : 저도 4점. 작가가 밝혔듯 『미주 한인이민 100년사』(한미동포재단, 2002)라는 책 속의 사진 한 장이 계기가 되어 쓴 소설이라는 게 놀랍고, 우리가 알아야 할 역사를 이렇게 전달할 수 있다는 게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