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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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내 이름 묻지 마세요
그래도 볶음밥은 비읍, 비읍은 예사소리니까 가능하지 않을까, 입술만 살짝 닫았다가 보, 하고 내뱉으면 되는데, 보, 보, 볶……. “뭐 먹을 거야. 지금 주문해야 해. 빨리 골라.” “…….” 진 실장은 전화기 숫자 버튼 위에 손가락을 올린 채로 희진을 재촉했다. ‘아무거나’라고 말하면 진 실장이 무슨 표정을 지을까. 실장님이랑 같은 걸 먹겠다고 하면 곧이 주문해 줄까, 아니면 지금 장난하는 거냐며 냉랭한 표정을 지을까. “……………… 울면이요.” 한참을 우물쭈물하던 희진이 가까스로 울면을 고르자 진 실장은 울면? 이라고 한 번 되묻더니, 중국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그사이 희진은 진 실장에게는 들리지 않기를 바라며 얕게 한숨을 쉬었다. 짜장면도, 간짜장도, 짬뽕이나 볶음밥, 마파두부와 잡채밥조차 불가능한 상황에서 울면을 떠올린 것은 정말이지 순간적인 기지라고밖에는 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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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아무 문제 없음
아무 문제 없음 고비읍 오른쪽에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입을 틀어막고 참아 보려는 듯하지만, 결국은 끕끕 새어 나오는 소리. 내 바로 왼편에 앉은 아이는 흘러내리는 눈물을 손등으로 닦아내기 바빴다. 사방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온 건 무대 위의 한 남자애가 울기 시작하고서부터였다. “부족한 저에게 이렇게 많은 사랑을 주셔서 정말, 정말 감사드려요. 그 사랑 다 돌려드릴 수 있도록 더 노력할게요. 저를 사랑받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셔서 감사…….” 그 애는 울먹이느라 말을 다 끝내지 못했다. 누군가가 크게 그 애의 이름을 연호하자 팬들이 한목소리로 그 애의 이름을 외쳤다. “연홍아, 울지 마!” “연홍아, 사랑해! 더 많이 사랑할게!” “최연홍! 행복하자!” 반짝거리는 옷을 입고 예쁘게 화장을 하고 눈부신 조명을 받는 무대 위의 남자애를, 이미 많이 행복해 보이는 그 애를 팬들은 더 행복하게 만들어 주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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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소설 승마교본
“아 그건 습보라고, 스에 비읍 받침이고요. 경마장에서 뛰는 전력 질주를 말합니다. 이건 승마에서 배우진 않을 겁니다.” “아 또 하나는 배에 힘을 주는 나쁜 습관이 있다 했는데, 그건 왜 그러는 건가요?” “그것도 안장 올릴 때 다시 설명드리겠지만 복대를 채울 때 힘을 주면 그만큼 복대에 공간이 생겨 느슨하게 되거든요. 그러면 안장이 돌아갈 수 있어요. 능숙한 사람이야 안장이 돌아갈 일 없겠지만, 초보자들은 위험한 상황이 충분히 올 수 있죠.” 당신에게 굴레를 건넨다. “말의 치열에는 이빨이 없는 치극이 있어요. 거기에 재갈을 물리고 그 자극으로 말을 조종하는 거예요.” 나는 말의 턱을 잡고 양쪽으로 손가락을 넣어 입을 벌리며 당신에게 보여준다. 당신은 이미 마방굴레를 능숙하게 씌울 줄 알기 때문에, 재갈굴레를 씌우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다른 점은 왼손으로 턱을 잡고 치극에 손을 넣어 입을 벌려주는 것이었는데, 손이 작아 힘들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