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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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11>비폭력은 폭력의 반대인가?
저는 우리가 지켜야 할 비폭력이란 충돌을 두려워하는 전자가 아니라 어떤 폭력에도 굴하지 않고 버티겠다는 의연한 후자의 의지라고 생각합니다. 이 경우 비폭력은 폭력 사용의 여부가 아니라 폭력에도 굴복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법의 원천이 폭력에 있다? *위사진은 지난 2008년 5월에 열렸던 촛불집회 경찰 진압장면(사진출처:뉴시스)* 아렌트는 폭력과 권력을 구분했습니다. 그의 주장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폭력의 반대 개념은 비폭력이 아니라 권력이라는 것입니다. 아렌트는 폭력은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니까 그 자체로 임의성이라는 부가적인 요소를 내재하고 있는 반면, 권력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행동할 때 생겨나는 것으로 그 자체가 정당성을 갖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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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우린 친구니까” ― 밀짚모자 해적단과 ‘우정’
이것이 권력으로 전환되면 이른바 왕권신수설의 근거가 된다. ④ 루피의 고향인 고아 왕국은 쓰레기가 없어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로 불린다. 실은 쓰레기를 왕국 바깥에 내다버렸기 때문에 겉으로만 깨끗해 보이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이 쓰레기 산(山)을 뒤져 생필품을 조달해서 먹고산다. 후에 세계정부의 시찰단이 천룡인(800년 전에 세계정부를 만든 왕들의 후예로 권력의 최정점에 자리한 부패한 특권 귀족들이다)을 대동하고 방문하기로 하자, 아예 쓰레기 산 전체를 태워버리려고 한다. ④에서 인용한 대화는 고아 왕국의 귀족 딸과 아버지의 대화다. 권력을 가져서 귀족이 된 게 아니라 귀족으로 태어나서 권력을 가졌다는 것이다. ③이 인종차별주의자들의 주장이라면, ④는 신분제를 정당화하는 지배계급의 주장이다. 칠무해 가운데 하나인 도플라밍고는 이런 세계관을 다음과 같이 간명하게 요약한다. “정점에 서는 자가 선악을 뒤엎는다. 지금 장소야말로 중립! 정의는 이긴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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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한 소녀가 울고 있네
우리를 지배하는 것은 정치적 의지이다. 자생적이고 자발적인 문화와 예술이 스스로 자리잡을 여유와 버티고 있어야 할 자리는 더 이상 없다. 엄청난 돈과 권력이 모여서 만들어지는 국제 규모의 행사들이 도시마다 생기고 영화제는 셀 수 없을 정도이며 문화라는 이름으로 그 역량을 재단한다. 무슨 엑스포니, 박람회, 아트 페어, 비엔날레 하는 것들이 문화권력에 의해 판을 벌였다 접었다 하는 것만 봐도 문화의 자생력이라는 말은 참 유치하고 순진한 욕망에 해당한다. 혹자는 문화는 곧 자본과 산업의 결과이며 산출된 액수만큼 분명해진 목표라고 말한다. 우리 시대의 문화는 보이지 않으면 곧 문화가 아니다. 우리의 문화는 이처럼 자신의 얼굴을 갈아치우는 몸이다. 또한 우리는 무엇이 아름다운 것인지도 모른 채 모두 간절히 아름다운 몸을 원한다. #4. 그녀는 너무나 친절하다. 그녀는 우리 시대 삶의 지표이자, 매혹적인 존재의 표상이다. 그녀는 지루한 것을 싫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