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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지 > 시로여는세상 시로여는세상 2012년도 봄호
「나는 이동한다, 고로 존재한다」―부재와 견딤, 권현형 시의 實戰에 관한 에세 이, 《시인시각》, 2011. 겨울. 追記 : 이 중에서 작품론·시인론·시집 해설 모두를 다 써본 시인이 바로 故 신현정 시인(1948~2009)이다. 나는 그의 시집 『바보사막』(랜덤 하우스, 2008)의 해설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자기 혼자 힘든 척 엄살 피우는 시를 더 이상 읽고 싶지 않으면, 작위적 수법으로 억지로 만 들어낸 기성품 같은 시에 싫증이 났다면, 그리하여 맑고 천진한 언어로 세상을 끌어안는 포월의 시를 읽고 싶다면, 불꽃처럼 터지는 행복한 웃 음을 맛보고 싶다면, 지금 당장 신현정 시인의 시를 읽을 일이다. 결코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오늘 그가 간절히 그립다. 공광규 1986년 《동서문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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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지 > 시인동네 시인동네 2013년도 가을호
‘눈’을 노래한 많은 시들이 있지만, 권현형의 이 작품은‘눈막걸리’처 럼 독특한 맛이 있다. 아버지의 제삿날, 마루까지 들이치는 눈을 보며 어머니와 나는 설탕을 탄 막걸리를 마신다. 열다섯 사춘기 소녀인‘나’ 는 그 맛이“달콤 씁쓰레한 것이/아주 깊은 슬픔의 맛”임을 알아차린다. 막걸리가 아주 깊은 슬픔의 맛으로 다가온 것은, 그것이 달콤함과 씁쓰 레함이라는 서로 상반된 맛으로 섞여 나기 때문이다. 이 맛을 느끼게 해준 존재는‘부재하는 아버지’이다. 지금 내리는 눈 이 아버지 제삿날에 내리는 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인은 첫 행에서 “이마 흰 사내가 신발을 털고 들어서듯”이라고 비유함으로써 부재를 현 존으로 바꾸어버린다. 어머니는 이 현존을 불러온 눈을 바라보며“먼 옛 날의 연인”을 꿈꾼다. 딸은 그런 어머니의“젖은 눈”을 바라본다. 만약 이 작품이 여기에서 그쳤더라면 시인이 주조한 눈막걸리의 풍미 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