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572)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화가, 현실 그 너머를 꿈꾸고 그린다
그는 자신의 눈을 찔렀죠. 당시만 해도 요즘 인기가 많은 이중섭이나 박수근과 같은 이들에 대한 소개를 거의 들을 수 없었어요. 그러고 보니 교육에도 문제가 있었던 듯싶어요. 미대에 들어갈 때는 나도 고흐나 고갱처럼 되고 싶었지요. 그때는 고흐, 고갱과 같은 드라마틱한 삶에 취했던 것 같아요. 저는 특히 ‘고갱 아저씨’가 더 멋있어 보였어요. 이런 감상은 미대 다닐 때까지도 있었지요. 나도 원양어선을 타고 먼 바다로 나갈 볼까 하는 생각도 있었죠. 이런 꿈과 낭만을 가졌던 시절이 저에게도 있었지요. 이런 것들이 나를 그림의 길로 들어오게 했고, 지금도 계속 그림의 길을 걸어가게 하는 데 잔잔한 영향을 주고 있어요. 선생님은 문인들과도 가까운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가깝게 지낸 문인들에 대한 회상을 들려주십시오. = 그 동안 여러 시인들을 뵈었었죠. 특히 천상병 시인은 옛 명동시절 저한테 200원을 꿔갔는데 아직도 못 받았어요.(허허) 그 분은 많은 돈이 필요 없는 분이셨어요.
-
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시·시조 「먼 나무」외 6편
먼 나무 정원선 멀다는 것과 나무는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 나무는 조금만 멀어지면 꽃이나 나뭇잎을 떨구고 잊어버린다 새가 날아와도 잊어버리고, 새집이 생겨 식솔이 많아져도 새까맣게 잊어버린다 속성은 뿌리를 드러내지 않는다 잠자코 앉아 바라볼 뿐, 나무는 멀리 내다보지 않는다 자기의 그림자 범위 안에서 상상하고 춤을 추고, 갈등하고 반성한다 나무의 세계에서는 반성한다는 말이 번성한다는 말로도 통한다 나무도 여유롭게 호기를 부려본다 경이로움은 먼 데 있는 게 아니라는 듯 - 절벽에서 피어난 철쭉꽃도 먼 곳에 있는 게 아니라는 듯 - 파도는 나무의 속마음을 모른다 나무는 열매나 꽃에도 알려주지 않는다 바닷속에는 풍경이 없다는 말도 물고기에는 쓸쓸한 물고기만 있다는 말도 다 거짓말이다 좋은 노래는 다 거짓말로 때깔을 부린다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시와 함께 했던 〈봄날의 꿈〉, 그 길에서 만나다
이제, ‘사내’의 여행은 꽃 속의 봄, 폭풍우의 여름을 지나 언젠가 떠나왔던 가을 강을 건너 겨울 들녘에 다다르고, 살아온 세월만큼 먼 길을 걸어 들어온 노신사가 그 기억을 다시 거슬러 오르는 동안 배우들은 하나 둘 능침으로 향한다. 시를 보고, 수화를 듣고 마지막 시 안도현 님의 「냉이꽃」은, 능침 위로 한글 자모와 시의 영상이 음악처럼 흐르는 가운데 배우들에 의해 수화로 표현되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시를 수화로 말하기 위해 수화를 배우면서 그것이 단순히 부호화된 손짓의 나열이 아니라, 표정, 몸짓의 크기와 리듬과 함께할 때 온전한 ‘말’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단어를 단지 소리 내어 보는 것과 말로 전달하는 것이 다른 것처럼. 물론, 수화는 그 자체로 고유한 문법을 가진 ‘언어’였고, 그 문법에 익숙지 않은 이들로서는 표현하는 일이 녹록치 않았지만, 알지 못했던 또 다른 아름다운 언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