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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틴 10주년 기념_선배 글티너들의 귀환] 글틴유감 안여진 오늘은 거의 온종일 너를 생각했다. 그리워한 것은 아니다. 그냥, 너라는 사람이 있었지, 하는 생각. 어디서부터 말을 시작해야 할까. 2010년 여름으로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을까. 네가 더 이상 글을 쓰지 않고 음악을 하게 되어 다행이다. 네가 더 이상 글티너가 아니라서 정말 다행이다. 아니, 다행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이 글을 쓰기 직전, 네가 내게 보내주었던 파니핑크의 「밤은 좋고 그래서 나쁘다」를 다시 들었다. 아주 오래 전 네가 들려주었던 노래. 너와 글틴 이야기를 하던 때. “어려웠던 날들이 조금씩 멀어져가고 사라지는 것들에 조금씩 익숙해져” 자꾸만 울고 싶어졌다. 너를 그렇게 좋아했던 것도 아닌 것 같은데. 그냥 같이 글틴에서 글을 썼을 뿐인데. 이런 글에서 너에 대한 이야기를 해도 되는 걸까. 혹시라도 네가 이 글을 읽게 되면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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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글틴 10주년 기념_선배 글티너들의 귀환]내 생의 가장 소중한 기억을 그러쥐어본다
[글틴 10주년 기념_선배 글티너들의 귀환] 내 생의 가장 소중한 기억을 그러쥐어본다 최성렬 무슨 계기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하여튼 고2 때 우연히 ‘글teen’이라는 사이트에 처음 들어갔었다. 그때는 메인 페이지 배경이 초록색 칠판 디자인이었다. 정 가운데 시 플래시가 한 편 재생되고 있었다. “이빨 빠진 쑥떡”이라는 제목으로 시작되는 고운 여학생의 목소리가 나직하게 들렸다. 보통 사이트를 잘못 찾아 들어가면 빠르게 빠져나오는 습관이 몸에 익은 나였는데, 나는 그때 시 한 편을 다 들었다. 시 플래시의 마지막 장면에는 나보다 겨우 두 살 많은 누나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그러고 한 학기가 지났다. 그해 가을에 나는 또 우연히 글틴에 접속했었다. 그리고 시 응모 게시판에 들어갔었다. 그때가 빨강머리앤이라는 필명을 쓰는 누나가 “나무2”라는 작품을 올린 주였다. 나는 그 시가 좋아서 수첩에 써놓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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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글틴 10주년 기념_선배 글티너들의 귀환]옳거니, 글틴 십 년!
[글틴 10주년 기념_선배 글티너들의 귀환] 옳거니, 글틴 십 년! 김별 아버지가 머리를 긁적거렸다. 아버지가 머리를 긁적거리는 것을 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고 마지막이고 그랬다. 그때 나는 열아홉 살, 장소는 서울에 있는 어떤 대학의 면접장 앞이었고, 당시 우리 부자는 내 대학 면접시험 날짜를 우리가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고 서울까지 올라왔음을 바로 조금 전에 깨달은 참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들을 때, 면접장까지 아버지의 손을 잡고 간 나의 유약한 비자립성을 얼레리꼴레리 놀려먹을지도 모른다. 물론 하나도 틀린 소리 없는 얼레리꼴레리겠지만, 그래도 사실 마냥 그렇지만은 않았다. 당시의 나는 한평생 심한 멀미와 지독한 방향치 기질에 시달리고 있었고, 때문에 스무 살이 다 되도록 혼자 어디로 멀리 떠나 본 적이 없는, 쉽게 말하자면 일개 촌놈일 뿐이었다. 좀 변명이 되지 않을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