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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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소설 자라는 자라서
뭉근한 의식 속에서 윤하나는 빛의 장막을 따라 걸었다. 장막에 손을 뻗어 빛의 결을 만졌다. 따뜻한 물에 손을 담근 듯 나른한 감각이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 그건 눈물이 날 정도로 그리운 감각이었다.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어쩌면 세상에 나올 때 느꼈던 태초의 감각. 빛의 장막 너머에서 누군가 윤하나의 손을 잡아끌었다. 부드럽지만 거역할 수 없이 완강한 힘이었다. 윤하나의 몸이 장막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그 순간, 장막이 걷히며 시야가 트였다. 깨어난 윤하나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두 손을 맞잡은 채로 침대맡에 서서 기도하는 오정규의 모습이었다. 윤하나는 오정규의 얼굴에 방금 자신이 걷어 올린 환희의 빛이 스미는 순간을 보았다. 앞으로 생이 얼마나 남았든지 간에 절대 잊을 수 없는 얼굴이었다. 당신 심장이 멈췄었어. 오정규의 목소리는 완전히 쉬어 있었다. 윤하나는 오정규를 안심시키기 위해 미소를 지으려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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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아동청소년문학 벽을 타는 생쥐
벽을 타는 생쥐 김두를빛 1. 첫눈 목련아파트 202동 지하에 사는 생쥐 부부의 열세 번째 아들 쥐가 탐험가를 만난 건 그날 내린 첫눈 때문이었다. 굵고 탐스러운 눈송이가 소복소복 내리는 것을 본 열세 번째 아들 쥐의 마음은 어느 때보다 설렜다. 며칠 전에 아빠가 눈이라고 했던 진눈깨비는 이름만 ‘눈’일뿐 비에 가까웠다. 그러니까 제대로 된 눈을 본 건 그날이 처음인 셈이었다. 하늘에서 내리는 눈은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았다. 사뿐히 내리는 눈도, 빠르게 내리는 눈도, 건들거리며 내리는 눈도 그 움직임은 우아하기 그지없었다. 열세 번째 아들 쥐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가족들이 밥을 먹는지 죽을 먹는지도 모른 채, 창문 너머의 풍경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눈을 밟으면 어떤 기분일까?” “차가워.” 열세 번째 아들 쥐의 혼잣말에 아빠 쥐가 냉큼 대답했다. “얼마만큼요?” 이번에는 엄마 쥐가 말했다. “앗, 차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