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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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카메라 옵스큐라
그 후 중앙일보 출판국 《월간중앙》에 입사해 1973년까지 사진 기획 및 편집 일을 하게 되고 1988년에는 성철(性澈) 종정 사진집 『포영집(泡影集)』, 그리고 성철 스님 열반 후 생전의 모습과 다비식 과정을 담은 사진집 『성철 큰스님』을 출간하게 되어 사진작가로서 다시 한 번 도약하는 기회를 얻게 된다. 선생은 지금도 ‘가까이서 오랫동안 성철 스님을 찍을 수 있었던 것은 내겐 큰 행운이었다’라고 고백한다. 나중에 내가 ‘성철 스님은 어떤 분이셨어요?’라고 물어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성철 스님은 선생께 한 번도 친절했던 적은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돌아가실 때까지 유일하게 주 선생에게만 당신의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묵인해 준 사실은 사실 ‘친절’ 그 이상이 아니었을까. 선생은 성철 스님 생전에 유일하게 ‘포즈’를 요구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지난해 6월에는 경주 아트선재에서 습작기부터 최근까지의 모든 작품을 보여 주는 대규모 개인전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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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우산 없는 일요일
우산 없는 일요일 김성철 풀잎이 빗물에 걸어 들어간 것처럼 빗방울이 나란히 전선에 매달린 것처럼 전선이 암울을 드리운 채 장마가 된 것처럼 당신 마지막 눈빛이 슬금슬금 내게서 떠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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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한 때, 메가헤르츠
한 때, 메가헤르츠 김성철 까맣게 그을린 운동장은 더웠다 배구공 넘길 때마다 공은 경계선을 아슬하게 넘어갔다 까만 말소리가 까맣게 들려왔다가 선명한 자국을 남기고 흩어졌다 새벽 2시를 알리는 디제이는 잠을 권했다 독설처럼 잠 못 이루고 속상한 사춘기가 외워지지 않는 역사처럼 더뎠다 정규방송이 끝나면 영화 속 간첩처럼 이념의 반대를 찾아 나섰다 나지막한 암구호 같은 귓말이라도 담고 싶었다 대북의 낯선 억양 말들이 자꾸 나를 재웠다 맘껏 주먹과 발을 뻗었어 멍든 친구는 바짓단 늘어뜨린 불량배를 멍 들였다 까만 말들이 덩치를 부풀린 채 오토바이 굉음처럼 뛰다녔다 아침이면 운동화를 꺾어 신은 까까머리들이 또 까맣게 학교와 학교 반대편으로 달려 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