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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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유인 김소희전
유인 김소희전孺人 金昭憘傳 김이정 간다간다 나는간다 이세상을 하직하고 좋은시절 흐르는세월 나쁜액을 다걷어가지고 후손들은 잘살라고 남은복록 다주고간다 요령잡이의 선소리가 시작되는 걸 보니 이제야 떠나는구나. 빼어난 목청은 아니지만 소리가 제법 구성지고 가락을 탈 줄 아는 사람이다. 어허 어어어 어리넘자 어허어. 상두꾼들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지겠구나. 노랫가락 따라 발길 내딛다 보면 어깨에 진 관의 무게도 잊는 법 아니겠느냐. 작고 물마른 노인네 무게야 얼마 나가겠냐만 부질없이 무거운 관이 못내 미안하구나. 길 떠나는 데는 몸 가벼운 게 제일인데 무거운 관이 내 마음까지 무겁게 만드는구나. 이제 와 얘기지만 나는 소리 잘하는 남자를 좋아한다. 내가 한번도 제대로 소리 내 불러보지 못한 탓인지 나는 소리 잘하는 남자를 무척이나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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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김소진 <쥐잡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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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2층 관객 라운지 같은 1인칭 시점 - 2층 관객 라운지 외 1편
2층 관객 라운지 같은 1인칭 시점 김소연 기다린다는 것은 거짓말 그건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니야 견디고 있는데 무엇을 위해 견디고 있는지를 모르므로 되어 본 적 없는 것과 되려고 노력해 본 적은 있는 것 소진시키기 믿고 싶은 것을 믿는 마음을 무효화시키기 물 흐리기 어깃장 놓기 이면의 이면의 이면 이십 년 전의 친구가 오늘의 적이 되는 일 어제까지의 내가 오늘의 강적이 되는 일 그러므로 내 친구를 친구에게 소개하기 갇힌 비둘기는 주인의 생업을 돕고, 맑고 흰 날개와 온순한 모습을 보는 사람들이 기뻐하는 것을 본다* 슬퍼하다 보면 한 겹 더 아래의 슬픔으로 깊숙이 발을 들여놓게 되는 슬픔, 내부를 다 보여주며 건축 중인 건물을 외부를 보이게 하려고 애를 쓰는 사각형들을 아침마다 목격했던 공사현장에 이제는 이삿짐 차가 와서 사다리를 댄다 * 중국 시인 심윤묵의 시 「비둘기」, 『굶주린 짐승』, 열린서원, 1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