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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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Little Boy
[단편소설] Little Boy 김솔 독자들이 다 사라지고 작가들만 남으면, 우린 누구한테 책을 팔지?그땐 책 대신 독자들을 팔면 되지. - 김솔, 「소설작법」, p. 50, 『암스테르담 가라지세일 두 번째』, 문학과지성사, 2014 “내가 사업에 성공한 이후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져 있으니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을 테고.” 알려지지 않은 비밀 사업체를 제외하고도 7개의 제조회사와 4개의 금융회사, 3개의 언론사, 2개의 대학교, 병원과 문화재단까지 소유하고 있는 W회장이 자서전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은 이미 2년 전부터 세상에 회자됐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은 그 책에 담겨 있을 내용을 미리 알아내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했다.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을 수정할 수 없다면 적어도 출간 시기를 대통령 선거 이후로 늦추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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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책쾌의 여정
라는 대목은 전정미 책쾌의 즉흥 아이디어로 그의 아들 김솔 군이 읽었다. 도서관 앞에서 개막식을 마치고 도서관 내부로 들어서자 전국에서 온 65팀의 독립출판 창작자, 출판사, 책방 책쾌들이 공간을 꽉 채우고 있었다. 하나라도 더 챙기고 싶어 미안한 사람들과 그 진심을 알아준 고마운 사람들의 이틀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특히 도서관 직원들의 위기 대응력과 일사분란한 조직력에 나는 절로 두 손을 모았다. 기획자는 떠들고 운영자는 행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쪼록 다시 일 년이 지나 새로운 전주책쾌를 준비하는 지금, 매일 깨어날 때마다 징소리가 들려오는 기분이다. 다시 깨끗하게 행복 지난해 얼떨결에 북페어 기획자가 된 이후 감사하게도 내 삶에 없던 생기가 돌았다. 성매매 집결지에서 3년을 공존하고, 업소들이 모두 폐쇄된 후에도 여전히 책방 문을 여는 동안 이곳이 아니라면 겪지 못했을 경험을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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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소설 최대 소수를 위한 최대 불행
최대 소수를 위한 최대 불행 김솔 1. 화요일 야근을 마치고 아파트 입구의 편의점에 들러 맥주 4캔과 감자 스낵을 들고 11시쯤 귀가했을 때 아내가 내 손에 든 비닐 봉투를 낚아채며 아직도 아파트 현관문 앞에 항의문이 붙어 있어? 뭐가 붙어 있다고? 공개적으로 복수를 천명하는 선전 포고문 같은 종이 말이야. 너무 어두워서 제대로 못 봤는데, 무슨 일 있었어? 말도 마. 경찰차까지 등장하고 난리가 아니었다니까. 도대체 무슨 일이었냐고? 누군가 장애인 전용 주차장에 자동차를 세웠다가 과태료 딱지를 받았나 봐. 잠깐만. 경찰이 아파트 단지 안까지 들어와서 주차 단속을 했단 말이야? 그게 아니고, 아파트 주민 누군가가 불법 주차 사실을 구청에 신고한 거지. 담당 공무원이야 명백한 증거 앞에서 민원을 규정대로 처리할 수밖에 없었을 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