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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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이색 책방 탐방기] 인문학, 도시와 인간의 근원을 찾아가다
백년어서원의 대표 김수우 시인에게 백년어서원을 열기로 결심한 마음을 물었다. “문학이 사회에 어떻게 참여해야 할 것인가, 문학의 사회적인 역할이 고민이었다. 문학이 왜 신뢰받지 못하고 문학이 사회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 생각했다.” 김수우 시인은 스스로 자신은 김수영 시인처럼 사회에 바로 뛰어들지 못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인은 사회에 대해서 꾸준히 생각하고 고민하는 일이 시인의 역할이라고 믿고 있다. 그 고민의 해답은 곧바로 백년어서원의 개원으로 이어졌다. 백년어의 뜻은 백년을 사는 물고기이다. 백년어서원의 모토는 ‘물고기가 사는 곳에 사람이 삽니다.’이다. 백년어서원은 나무물고기 조각으로 전시돼 있다. 이 물고기들은 산속의 나무로 지어진 폐허를 허물어서 나온 나뭇조각들로 김수우 시인의 친구인 석정 조각가가 하나하나 손으로 깍은 것이다. 버려진 것이 새 생명을 얻어 백년어서원을 지키고 있다. 김수우 시인의 말을 빌리자면 백년어의 의미는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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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박씨 건어물 상회
박씨 건어물 상회 김수우 멸치와 뱅어들이 꾸려온 한 가계가 팽팽합니다 수만 길 바다를 끌던 치열은 이제 박씨네 수저통과 형광등에 퍼덕입니다 노모의 관절염과 전세계약서, 과외비 속으로 녹아듭니다 다려도 다려도 우툴두툴한 꿈속으로 유영하는, 소금버캐 눈물을 가진 저, 비린 것들 억년 지층에 갈피갈피 엎드렸던 묵언기도입니다 북어와 새우들이 하루를 엽니다 수평선이 걸어옵니다 딱딱한 침묵이 툼벙툼벙 물소리를 냅니다 자갈치 건어물 골목, 아직도 헤엄치는 것들로 파도 높은데, 비탈이 된 가슴패기를 자꾸 흔드는 가을입니다 아가미, 벌렁입니다 죽음을 삼켜 삶을 토해내는 저, 마른 것들 고요입니다 사만 오천 킬로 해저산맥을 걸어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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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한 잎 주소 - 박씨 건어물 상회 외1
한 잎 주소 김수우 한 잎 대기번호표를 쥔다 우체국의 한 귀가 된다 내가, 당신이, 가진 번지, 수신되고 발신되는 기다림 사이 나란나란, 칡덩굴로 벋으며 제 무게를 꽉 문 신발들, 발돋움이 끌고 있는 마디마디 약속, 더듬이 긴 한 마리 지네, 제 알을 움키고 있던 붉은 발들, 날카로운 발, 종일 깻잎 뜯던 어머니의 갈라진 뒤꿈치, 가슴뼈를 바닥에 붙이며 한 장 깻잎이 되던 백팔배 절, 발끝만 남길 듯 바싹 오그리던 몸, 묵음으로 완성되던 기도, 소리 지운 길을 소복소복 딛던 햇살의 발꿈치 햇살, 치워버릴까 망설이던 베란다 낡은 의자, 발톱 뭉그러진 의자, 그 기우뚱한 발목에 살던 실거미, 거미의 눈시린 맨발, 수많은 당신의 집, 내가 찾아가야 할 저 발바닥 전부 무한궤도 나의 생이리, 돌아가고 떠나온 내 본적지이리 반짝반짝, 한 잎 주소 걸어간다 단풍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