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
-
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소설 덕산 아파트
덕산 아파트 김영은 비석 같다. 나는 덕산 아파트 표석을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을 했다. 주민들 사이에서도 흉물스럽다는 말이 오고 가는 듯했다. 엘리베이터 내부에 마련된 공지 사항에 누군가는 표석에 굳이 관리비를 들이고 싶지 않다고 했고 누군가는 인근의 신축 아파트처럼 대리석 재질에 깔끔한 입구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누군가는 ‘너 506호지? 쿵쿵 거리지마’ 따위의 말들을 써두었다. 엄마가 공지 사항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어떻게 생각해?” 내 물음에 엄마는 어깨만 으쓱했다. “들어가서 짐 정리나 하자. 수육 해줄게.” 저녁거리가 든 장바구니를 어깨에 고쳐 메며 엄마가 말했다. 약간 들뜬 것 같아 보이기도 했다. 내 짐은 소형 사이즈의 캐리어 하나였다. 남편은 기어코 서울역까지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괜찮다고 두 번이나 말했지만 그는 듣지 않았다. 가정법원에 이혼 서류를 제출하고 나선 지난달과 똑같은 태도였다.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모로
모로 김영은 개수대의 뚜껑 아래에 언제 생긴 것인지 모를 초파리 알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그 틈에 손톱만 한 자두 조각이 껴 있었다. 규민이 엊그제 저녁에 마트에서 특가 세일로 산 것이었다. 나는 고무장갑을 끼고 알을 제거한 후 과탄산소다를 섞은 뜨거운 물을 부었다. 초파리가 생긴 것은 무더위와 습기, 자두 조각 때문이었지만 관리를 소홀히 한 내 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규민에게 초파리 알이 가득한 개수대 사진을 보내려다 그만두었다. 이런 모습까지 공유하고 싶진 않았다. 내친김에 흐트러진 이불과 베개를 정리하고 아무렇게나 널린 옷가지들을 고이 개켜 두었다. 밀린 빨래를 하고 분리수거를 한 다음, 창틀 먼지를 닦고 화장실 청소까지 했다. 오 평 남짓한 원룸은 금방 깨끗해졌다. 이마에 땀이 맺힐 정도로 분주히 움직였건만 고작 두 시간이 지나 있었다. 선풍기를 켜고 창문을 열었다. 후텁지근한 바람이 불었다. 책상 서랍에 넣어 두었던 전자 담배를 꺼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