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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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파도를 나무라 부르고 숲에서 물고기 한 마리 구하네
파도를 나무라 부르고 숲에서 물고기 한 마리 구하네 김임선 나는 지금 바다에 빠져드는 깊이 고기 잡는 어부가 되어 두꺼운 장화 신고 물보라 되어 등 푸른 작업복을 갖춰 입고 내 주머니에는 낡은 수갑이 나는 물고기 한 마리 신께 바칠 높이 물의 비명을 견딜 귀마개는 내 목에 걸려 있어 나는 바다야 오래 전부터 너의 발소리를 예감했지 눈을 감지 않고도 느낄 수 있어 바다에 바람이 일지 않는 날 어디 있었니 너를 상상했어 오래 널 기다리며 내 예감은 틀린 적이 없었네 너는 무자비할 것이며 너는 음흉할 것이며 너는 어리석을 것이며 나는 바다를 빠트리는 그물이야 너의 허리춤에 매달려 의기양양한 수평선을 정복하는 거야 내 운명은 그물 잣는 노인의 결심이었거든 오래 벼린 나는 파도 한 그루야 나는 파도 파도 한 그루야 나는 수많은 파도 한 그루야 날개를 활짝 펼치고 날아 보겠어 뛰어 보겠어 미쳐 날뛰어 보겠어 나는 해변을 기웃대는 먹구름이야 뿌리는 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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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아버버지이이
아버버지이이 김임선 무서운 늑대가 순한 가면으로 먹어치운 순한 양 한 마리 무서운 늑대가 나무 밑에서 속 것을 게워 새끼에게 먹인다 착한 양 한 마리 나무 밑에서 순한 얼굴로 먹어치운 풀 어리석은 새끼에게 순하게 풀어 먹인다 음흉한 독수리가 사악한 본심으로 먹어치운 음흉한 뱀 한 마리 사악한 새끼에게 녹여 먹인다 무서운 늑대 지금도 순한 가면으로 순한 토끼 노리고 있는 여기는 정글 동성로 전기통닭 반 마리 하숙하는 어린 오빠에게 먹인 날 (아버지가 흘린 군침) 이것은 아버지의 추억 무서운 얼굴을 못 가진 아버지는 착한 양은커녕 멍청한 너구리도 한 마리 못 구하고 비장한 얼굴로 아버지의 창자 구워 오빠에게 먹인 걸 아버지의 간 아버지의 허파 구워 오빠에게 먹인 걸 착한 양 너마저 아버지 찾아와 내 창자 내놓아라 내 허파 내놓아라 협박하던 걸 내가 보아버렸지 아버지는 순한 가면 구하는 법 몰라 생긴 대로만 여기저기 굴러다녔어 여기는 아버지의 정글 아하, 아버지는 다 큰 오빠한테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