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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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그 분이 김종삼에게 물으셨다
그 분이 김종삼에게 물으셨다 이면우 무얼 했느냐고 문을 열어 줬다고, 작은 문 곁에 앉아 너무 작아 그걸 못 보는 이들에게 문을 열어 줬다고 (문이 여기 좀 보시란 듯 잠깐 흔들렸다 ) 길가 패랭이꽃 흔들릴 때 가만히 짐작 가는 문 슬픔을 오래 견딘 이들의 흰 이가 보일 듯 말 듯한 문 그걸 열어 주러 잠깐 다녀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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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파리의 압생트주와 서울의 포도주
김종삼의 시 한 구절을 생각하면서였다. “나는 이 세상에 계속해 온 참상을 보려고 온 사람이 아니다.”(유고시 <무제> 중에서) 김종삼도 고흐도 참상만 보고 가지도, 겪지도 않았을 것이다. 김종삼은 “한평 남짓한 자그만 카셋트 점포에서/ 핏셔 디스카우가 부른/ 슈베르트의 보리수가/ 찬란하게 흘러나”(시 <그럭저럭> 중에서)오는 자그마한 점포가 있어서, 고흐는 밤하늘에 별을 그릴 수 있어서 “……하지만 나는 행복하단다” 했을 거다. 나도 그들이 있어서 행복했고 행복하다. 《문장웹진 11월호》 <밤의 카페 테라스. 1888년. 크뢸러 뮬러 뮤지엄. 네덜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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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글로 틔운 관계가 여무는 자리, 글틴 ‘문장청소년문학상’ 시상식
대상 수상작 ‘등’을 쓴 권택석이 존경하는 작가는 김종삼 시인이다. “시에 대해서 아무 애정이 없었을 때, 고등학교 1학년 문제집에서 ‘묵화’를 읽다가 갑자기 충격을 받았어요. 그때부터 김종삼 시인을 기억하고 있었는데, 시를 읽고 쓸 때 김종삼 전집을 샀어요. 그리고 전집 맨 뒤에 김종삼 시인이 쓴 산문을 읽는데, 거기에 작가가 시를 어떻게 쓰는지 태도가 드러나 있었어요. 제게는 그게 김종삼 시인이랑 대화하는 거였어요.” 권택석의 매니저라며 같이 온 친구는 “너 그때 도서관에서도 그 책 읽었지? 전집 빌리고 연체료 나오는데, ‘나 아니면 읽을 사람 없다’고 그랬잖아?”라며 기억했다. 이 대목에서 ‘게를 먹으며’를 쓴 김해준 역시 ‘묵화’를 좋아한다며, 이들 말에 동의했다. 어릴 적부터 좋아하는 책들을 읽다가 시집을 빌리는 게 자신밖에 없는 것을 발견했고, 막연히 글을 쓰는 일을 하고 살면 좋겠다고 바라다 이 자리에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