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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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슬픔의 아나키스트, 그리고 ‘이후의 시(詩)’
그에 따르면 그라운드 제로는 “모든 근거들의 폐허, 그래서 그로부터 더 처참한 폭력과 무질서가 새로 시작할 수도 있고, 반대로 완전히 다른 법과 다른 공동체가 등장할 수도 있는 장소”인데, “아무런 근거도 없는 폐허에 세워진 ‘하나의 장소’가 바로 팽목항”이었다는 것이다.21) 16) 김형중, 〈우리가 감당할 수 있을까 – 트라우마와 문학〉, 계간 문학과사회 2014년 가을호. 17) 김형중, 같은 글. 18) 이에 대해서는 정혜신 역시 비슷한 입장을 보인다. 정혜신은 “죽은 사람을 마음에 품는” 것을 “일종의 병적 증상으로 이해”하는 것에 대해,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종내하는 것이 정상이라는 죽음에 대한 서양 정신의학의 정석에 대해 저는 요즘 깊이 회의합니다.”라고 말한다. 정혜신, 진은영, 같은 책, 215-216쪽. 19) 김형중, 같은 글. 20) 김형중, 같은 글. 21) 김형중, 〈문학과 증언 : 세월호 이후의 한국문학〉, 감성연구 12권 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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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증언과 시점
(p.132) 작가소개 / 김형중 문학평론가·조선대학교 교수. 《문학과사회》 편집 동인. 2000년 문학동네 신인상 평론 부문 당선. 평론집 『켄타우로스의 비평』, 『변장한 유토피아』, 『단 한 권의 책』,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 『후르비네크의 혀』, 산문집 『평론가 K는 광주에서만 살았다』 등. 2008년 소천비평문학상·2017년 팔봉비평문학상 수상. 《문장웹진 2019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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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소설의 바깥, 바깥의 소설
이 생존을 건 투쟁에 대해 “차라리, 글쓰기”(김형중)라고 이름붙이는 것이 적당할 지도 모른다. 이러한 글쓰기(ecriture)들을 향해 새로움의 이데올로기에 복무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비평의 타박은 어쩐지 성말라 보인다. 중요한 것은 그들의 이 낯선 글쓰기를 추동하는 내적 필연성(‘소설적인 것’)이 무엇이며, 이 죽음 충동에 가까운 글쓰기의 모터에 의해서도 소설의 생존이 과연 가능한가, 혹 가능하다면 그 생존 양태가 어떻게 달라지는가를 따져 보는 일이다. 그러니 소설 양식에 대한 선험적인 판단 기율에 의거하여 이들을 검열하는 일은 부차적인 문제처럼 보인다. 그보다는 다음과 같은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보다 생산적일 것이다. 혹시 이러한 글쓰기가 현재형의 언어로 교직되는 선형적 이야기를 파괴하고, 그것을 파괴하는 자신의 발화마저 파괴하다가, 소설이 완전한 무의미의 공동(空洞)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