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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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연속좌담 ‘창작, 노동’ 1차 〈부업이 있는 작가, 본업이 있는 작가〉
윤치규 작가님과 다른 점이 있다면 약사로서의 자아랑 소설가로서의 자아가 분리된 것이 아니라 그냥 약사이면서 동시에 소설가? 소설 쓰면서 동시에 약사, 이런 생각을 항상 하는데 그게 약사라는 직업의 특수성 때문인지도 몰라요. 왜냐하면 약사 일이 인간을 가까이서 관찰하고 그 사람들에 대해서 뭔가 느끼니까, 결국 소설도 인간을 다루는, 인간에 대해서 말하는 거다 보니까 외적으론 일의 방식이나 이런 거는 당연히 분리가 되겠지만, 정신적으로는 하나로 통합되어 있는 기분? 같아요. 어려서부터 소설가가 되고 싶어서 노력했다면 다른 느낌일 것 같은데 소설 쓰기라는 게 그냥 흘러 들어오듯이 다가온 일이거든요. 그래서 더더욱 마음속에서 특별히 분리되지 않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이미경 : 소설이라는 장르도 물리적으로 시간을 많이 소요해야 하는 작업이잖아요. 시간 할애가 가능하세요? 김희선 : 그래서 저는 풀타임 근무를 안 하고 주 3일 정도만 일해서 더더욱 부담이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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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2010년대 결산특집 연속 좌담ㆍⅢ ― 장편소설 부문
김숨 소설가만의 문체와 감각으로 복기를 한다고, 정말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이제껏 써온 장편소설들과는 조금 다른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서 아직도 마음에 많이 남았던 것 같아요. 2020년에도 아마 그런 행보를 계속 나아가지 않을까 했고요. 아까 작가들의 첫 장편을 말씀하셨는데, 저는 김사과 소설가의 『테러의 시』도 기억에 남는 장편 중에 하나에요. 그분의 첫 장편은 아니지만 그 장편으로 김사과 소설가를 처음 알게 됐거든요. 그 소설의 인상은 저는 정말 희망이 없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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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오리진
주로 글쓰기에 집중하겠다는 핑계로 오지를 찾아 들어간 소설가들에게 자주 일어나는 일인데, 그들은 사방에 아무도 없고 들리는 소리라곤 오직 바람소리, 까마귀 우짖는 소리뿐인 적막한 장소에서 기괴한 환상에 사로잡힌다. 게다가 시시각각으로 숨통을 죄어 오는 마감에 대한 고통, 베스트셀러나 하다못해 세기의 명작이라도 써보고 싶다는 욕망 등에 압도당한 끝에 완전히 돌아버린 그들은, 스스로 도끼살인마가 되어 온 가족을 몰살시키고 자기도 목숨을 끊어버린다. 아니면 영감을 얻겠다며 홀로 떠난 여행길에서 ― 그럴 때 그들은 반드시 듣도 보도 못한 낯선 길로 접어든다. 뻔히 보이는 이정표와 제대로 된 지도책을 무시하고 말이다 ― 광적인 팬에게 사로잡혀 두 다리에 망치질을 당해 가며 그녀(또는 그)가 원하는 대로 소설을 마무리 지어야 하는 끔찍한 상황에 맞닥뜨리기도 하고 말이다. 하긴 그것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