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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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공개인터뷰 나는 왜_성동혁 시인편] 최저음부의 풍경을 그리는 소년 사도
열어 두는 나는 너의 옆집에 살아 | 복도의 끝에서 더 긴 복도를 만들며 | 가끔 난간 위에서 흔들리는 코알라처럼 | 난 너의 옆집 살아 | 바다의 지붕을 나무에 새기며 | 커튼을 걷으면 밀려오는 나쁜 나뭇잎을 먹어 치우며 | 같은 난간에 매달려 예민한 기류에도 함께 흔들리는 난 | 난 너희 옆집 살아 ▶ 독자 : 시에 가족이 종종 나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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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울어도 괜찮아?
우리가 조금만 부자고 힘이 있다면 옆집 남자가 바로 우리 코밑에 화장실을 만들어 우리 가족을 괴롭힐 생각은 꿈에도 못했을 거예요.” 아노르를 옆집 남자에게 가서 따지지만 무시만 당하곤 내쫓긴다. 동네 검사에게 가서 하소연해 보기도 하지만 옆집 유지에게 뇌물을 받은 검사는 듣는 척도 하지 않는다. 아노르는 책상 앞에서 한동안 골똘히 생각한다. 그리곤 자신의 전 재산을 털어서 검사의 옆집을 사서는 검사네 집 쪽으로 마을 공용화장실을 파내려가기 시작한다. 무모하다고 말리는 동네 사람들의 만류와 검사의 횡포에도 불구하고 아노르는 땅 파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그 구덩이 속에서, 뜻밖에 물이 스며 나오기 시작한다. 이백 년 동안 물 한 방울 나오지 않았던 그 척박한 땅에. 민병훈 감독은 영화 제목을 이렇게 붙인다. 「벌이 날다」. ‘먹을 것이 부족했던 그 마을엔 노인을 외딴 곳에 갖다버리는 풍습이 있었어요. 어떤 훌륭한 장군도 아버지를 갖다버려야 할 때가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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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내 친구 명훈이
「야, 네가 가지고 싶으면 다시 꺼내 와.」 「싫어.」 「꺼내 와서 니 거 해.」 「싫어.」 「네 구슬이라고 했잖아.」 「싫어.」 다시 박한구가 나섰다. 「야, 그러지 말고 한 판 붙어라.」 녀석은 그러면서 앉아 있는 나의 등을 떠밀어 마루바닥에 미끄럼을 태워 명훈이와 박치기를 하게 만들었다. 그러자 명훈이가 나를 밀어냈고, 나도 명훈이를 밀쳤다. 아이들이 즐거운 듯 까르르 웃어댔다. 악당 박한구가 외쳤다. 「야, 계집애들처럼 밀기만 하지 말고 주먹으로 팍 쳐봐.」 그 놈은 신이 나서 나와 명훈이 둘레를 돌며 우리의 등을 떠밀어 더 세게 부딪치게 했다. 나는 울고 싶었다. 나는 그 놈이 진짜 악당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악당 놈이 아니라 명훈이랑 계속 밀치며 씩씩거렸다. 나는 흥분해서 항상 딸딸딸 소리를 내며 다가오는 선생님의 슬리퍼 소리도 듣지 못했다. 선생님이 호통을 쳤다. 「아니, 너희들 뭐 하는 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