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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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말라깽이 처제의 우아한 연주병 외 1편
버려야 해 현명한 이웃사촌은 짧은 코를 틀어막았고 죽은 연인을 죽이고 싶어 죽었다 는 거대한 체셔 고양이는 수프에 뛰어들었다 잠에서 잠을 얻을 때까지 수평의 음들은 수프 바깥으로 튀어 나가고 작곡가는 가스 밸브를 열고 말라깽이 처제의 손가락으로 뛰어간 모자와 먼지를 떼었다 다시 붙였다 왜 종에 갇히십니까 그들은 젊다 그들은 그들을 죽인다 그들을 사랑하고 그들을 비운다 교환의 계기가 됩니까 그들이 알 수 있는 건 그들이 알 수 있는 것 그들이 알 수 없는 건 한 발로 서서 한 발을 제외하는 지속적인 만남 우리가 빵을 자르는 방식이야 너는 아직 잠이 들지 않았는데 언제든지 눈을 뜬다 나는 레몬 식빵에 바른 것이 잼일까 틀린 것이 잼일까 생각하며 이웃의 따귀를 때린다 아무도 사탕을 집지 않아 목이 아픈 곳 수프는 슬슬 슬퍼하고 말라깽이 처제는 스푼을 꺼내 나를 죽이겠다고 위협한다 부푼 모자는 버리겠다 가스레인지를 뽑아 흥겨워진 작곡가 사선으로 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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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5월_단편소설_응] 고양이
준수는 창고로 들어갔다. 나도 고양이를 쫓아 살금살금 세차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그새 어디로 가버렸는지 보이지 않았다. 준수가 천 원짜리 통통한 소시지를 내밀었다. “여기!” “근데 고양이가 없어졌어. 어디 갔지? 고양아…… 고양아…….” “킥. 누나도 참. 그렇게 부르면 고양이가 네에, 하면서 나온대요?” “그렇긴 한데…….” 그때 검은색 승용차 한 대가 주유소로 들어왔다. 준수는 자기가 맡을 테니 잘 찾아보라며 뛰어갔다. 나는 바닥에 엎드려 고양이가 숨었을 법한 곳을 살폈다. 찾았다! 노랗고 보송보송한 앞 다리 두 개가 물건 틈새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고양이가 도망가지 않게 멀찌감치 서서 소시지 조각을 휙 던져주었다. 괜찮아, 어서 먹어. 고양이는 킁킁 냄새를 맡으며 곧바로 먹을 것처럼 굴다가 다시 고개를 들곤 야옹 울었다. 준수가 세차장 입구에 서서 손나팔을 하고 소리쳤다. “누나, 어떤 아줌마가 찾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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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말 못하는 짐승(A Dumb Animal)
두 마리와 한꺼번에 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하며 성기가 벌겋게 부풀어 오른 두 마리의 강아지 사진을 보낸 인간, 포유류는 물론이고 조류까지 섭렵했다면서 처참하게 당한 새들의 사진을 모아 보낸 인간, 북유럽에 가서 직접 체험한 ‘짐승섹스관광’을 구구절절 설명한 뒤, 성매매 비용을 지불한 뒤 영수증도 받았다며 1,000크로네(Krone)짜리 영수증을 스캔해서 보낸 인간, 개보다는 고양이가 좋다면서 나체로 고양이 수십 마리와 침대에서 뒹구는 영상을 보낸 인간, 구강성교까지 가능하다면서 자신이 돼지의 성기를 핥는 사진을 보낸 인간, 짐승과의 관계가 남성만의 전유물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조랑말 파트너 사진을 보낸 여성, 다들 ‘쪼이는’ 맛이 좋아 치와와를 좋아하지만 자신은 종을 가리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그 이유가 자신의 성기가 충분히 거대하기 때문이라면서 성기 사진을 찍어 보낸 인간까지. 인간들의 구구절절함을 읽는 동안 몸과 마음이 부들부들 떨렸지만 참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