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5)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살구 외 1편
살구 이은규 살구나무 아래 앉아 그늘에 대해 생각한다 손차양, 한 사람의 미간을 위해 다른 한 사람이 만들어준 세상에서 가장 좁고 가장 넓은 그늘 그 아래서 한 사람은 한낮 눈부신 햇빛을 부음처럼 갑자기 들이치는 빗발을 괜찮다 괜찮지 않다 내리는 눈송이를 기꺼이 바라보며 견뎠을까, 견딤을 견뎠을까 한 생이 간다 해도 온다 해도 좋을 이제 다른 한 사람은 없고 긴 그늘을 얼굴에 드리운 한 사람만 남았다 살구나무는 잘 있지요 안 들리는 안부는 평서문과 의문문 사이에 있고 살구꽃말은 수줍음 또는 의혹 절기 내내 숙제에 열심이지요 살구라는 여린 이름의 안쪽을 떠올리는 것 모든 이름이 간직하고 있는 비밀비밀 살구(殺狗)의 기원 개를 나무에 매달아 손님께 살뜰히 대접하자 다음 해 하양과 분홍을 다투어 살구꽃이 만발했다는 오래된 이야기 수줍은 의혹으로 가득 찬 페이지는 무겁다 나무의 그림자들이 나이테에 새겨지듯 때로 어떤 예감은 법칙보다 서늘하고 저 새는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민들레 문학특강 참여후기]솔직할 수 있었던 시간들
또 한 번 느끼는 거지만 아름다움은 화려함이나 눈부신 것에서 비롯되는 게 아니다. 삶에 대한 용기와 자기애로 무장한 사람들은 누구도 이길 수 없다. 공모전이니만큼 수상자가 나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수업에 참여해 주신 모든 분께 다시 한 번 멋쟁이라고, 수고하셨다고 전하고 싶다. 《문장웹진 11월호》
-
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시·시조 「잡식성 식물」외 6편
아니다, 눈부신 실을 꺼내 방을 만들었단다, 아가, 그러니 너는 여기, 실 끝을 잘 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