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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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시는 쓰이기 전에 결정된다
앙드레 브르통의 「초현실주의 선언」 인터뷰에서 보면 초현실주의 자서전(biography of surrealism)에서 그도 그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늘 시작이다.’ 모순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모든 예술은 한 편 한 편이 시작 노릇을 해야 하는 것이고, 정신의 새로운 시작, 느낌의 새로운 시작, 그것이 시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힘입니다. 바슐라르도 ‘모든 시적 이미지 하나하나가 새로운 출발이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거지’는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것처럼, 빈털터리처럼의 은유입니다. ‘마음의 가난’이라는 말은 진부한 표현이라 할지라도 그런 마음가짐은 진부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광인’도 새로운 것과 상관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것을 보게 되면 우리는 ‘이상하다’고 하고 ‘미친 것 같다’라는 표현을 하기도 합니다. 아주 새로운 것에 대한 이질감이라고 생각합니다. 철학적으로 보면 니체의 표현으로는 ‘가치 전복적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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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소설 소설 없는 소설
그러고 보면 갈홍 이래로 자신에 대한 기록을 남겨서 영생을 꾀하는 전략은 자서전이라는 하나의 장르로 정착이 되었는데, 어찌 된 일인지 자서전에는 대필, 자랑, 과장, 클리셰와 같은 낯부끄러운 꼬리표가 달려 있었다. 그러나 그깟 꼬리표야 떼어 버리면 되지, 영생이 중요하지 싶기도 해서, 책장을 뒤져 꼬리가 짧은 자서전 몇 권을 찾아냈다. 살만 루슈디는 호메이니의 심기를 건드리는 바람에 일종의 도망자 생활을 해야 했던 십여 년의 시간을 회고하며, 『조지프 앤턴』이라는 자서전을 썼다. 자서전이라고는 하지만 이야기꾼으로서의 감각을 감출 수 없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가 워낙에 대단한 사건을 겪었기 때문인지, 그의 책은 아주 소설적이다 못해 영화적이기까지 하다. 『조지프 앤턴』을 읽으면 자동으로 넷플릭스 드라마 시리즈가 머릿속에서 재생되는 것이다. 시작은 이러하다. 어느 날 아침 살만 루슈디는 방송국 기자의 전화를 받고 잠에서 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