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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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대담] 심보선 시인과 김용규 철학자와의 대담
선생님이 철학 전공이시고 저는 사실 사회학 전공이라서 철학에 대해서 잘 모릅니다. ▶▶▶ 김용규 : 저도 사회학에 대해 잘 모릅니다. ▶▶▶ 심보선 : 오늘 왠지 철학책이 읽고 싶어서 책을 펼쳤는데, 이런 우연들이 재미있는 것 같아요. 거기에 또 놀랍게도 마치 ‘오늘 강연에 나가면 이런 말을 해라’ 하는 것처럼 니체가 이 말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예술가는 예술작품에서 행복의 약속을 발견한다고, 행복의 약속, 마치 피그말리온처럼 조각상이 아름다운 연인으로 변해서 나와 결혼해주는 그런 거요. ▶▶▶ 김용규 : 그렇게 생각하니까 그렇게 되는 거고요? ▶▶▶ 심보선 : 그래서 저는 시인은 혹은 예술가는 진실에 가깝다기보다는 행복에 가까운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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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존재의 영역으로부터 죽음을 몰아내는 천야일화(千夜一話), 박상륭 소설 읽기
『칠조어론』까지의 박상륭 소설 세계는 ‘신은 죽었다’는 선언과 함께 천상에 대한 지상의 우위를 설파한 니체 철학과 일정한 맥락을 같이 한다. 모성으로서의 대지에 대한 긍정, 영웅적 구도자 형상, 양극을 갖는 타원형으로 인식하는 우주의 질서 등은 니체의 대지주의, 초인, 영겁 회귀 등의 개념과 대동소이해 보인다. 하지만 이후 『산해기』와 『신을 죽인 자의 행로는 쓸쓸했도다』에서 작가는 니체와의 뚜렷한 변별성을 명시한다. 두 작품은 노골적으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패러디한다. 그리고 박상륭의 차라투스트라는 초인의 정신적 상징이라 할 독수리와 뱀을 제 손으로 죽이고 하산하여 처절한 파멸을 맞는다. 니체가 예찬한 초인의 장엄한 추락은 이제 진정으로 슬프고 쓸쓸한 몰락이 된다. 박상륭은 그저 니체와 동일한 대상을 비판했을 따름이지, 니체의 비판 모두에 전적으로 동조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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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제3회] 신성한 시간이 그립다
그러니까 철학자 니체가 “신은 죽었다.”라고 외쳤을 때, 그는 우리 인간에게서 신성한 시간을 송두리째 앗아가 버린 신이 죽었음을 선언한 것이고, 이제 우리 인간이 신성한 시간을 신으로부터 되찾아올 때가 되었음을 고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니체가 말한 초인의 탄생과 도래란 결국 자신의 존재 자체에 신성한 시간을 풀어 놓은 인간의 탄생과 도래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러나 니체가 죽었다고 선언한 그 신은 죽지 않았다. 다만 변신했을 뿐이다. 죽은 신은 이제 자본으로 되살아나 오히려 일상 속에 완전히 뿌리를 내려 세속의 시간을 송두리째 지배한다. 니체 이전에 정치경제 철학자인 마르크스는 화폐의 물신화를 제시했다. 화폐는 전지전능한 존재로서 추앙받고 따라서 화폐를 많이 소유하면 할수록 신에 가까운 존재가 되리라는 완전한 착각이 자본주의적인 삶을 사는 현대인들의 의식을 철저하게 장악하게 되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