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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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발산하는 詩
발산하는 詩 천서봉 무언가 증식한다고 느끼는 밤, 눈 온다 취한 네게 내 손가락을 먹이던 그 밤이다 그것도 나무라고 한꺼번에 새들을 쏘아 올리던 자잘한 나의 계통수 소문*이 아니라면 설명할 길 없는 우리, 우리는 작은 점 하나에서 장히 왔다 여기까지 그리고 아픈 남자만 사랑하던 여자의, 그 남자들 여자가 아껴먹던 저녁의 국수들 혼종을 발음하면 따라오는 죽이나 밥 불어나던 다중의 의태들, 웃으면서 너는 운다 낭인(浪人)이 점괘를 쥐여 주고 떠난 일요일 오후 슬픔이 점령하는 작고 귀여운 너의 식민지 * 어쩌면 이 시와 당신은 무한히 번식할 것만 같다. 잠에서 잠으로만 옮겨가는 어떤 병처럼 음계에서 음계로 넘어가는 집시처럼 감염되고 중독되는 감정들은 언제나 나보다 몇 걸음 저 앞에 가 있다. 긴 잠자리채 같은 내 도덕이 우스꽝스럽다. 그러나 감정이 발산할 수 있음은 여전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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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비평 폐허의 목소리를 듣기 – 제13회 광주 비엔날레의 감각
서로 잘 모르는 사람들로 구성된 다중은 이동할 때나 정지했을 때나 서로 소통하는 새로운 수단, 같이 행동하는 새로운 양태, 서로 마주치고 모이는 새로운 장소들을 발명한다. 요컨대 이들은 특이성을 잃지 않으면서 새로운 공통적인 것을 구성한다. 특이성과 번역 과정을 통해 함께 다중을 형성한다. 이주민은 장차 도래할 공동체이며, 가난하지만 언어가 풍요롭고, 피곤에 짓눌리지만 신체적, 언어적인 사회적 협동에 열려 있다. 오늘날 정당하게 말을 잡으려하는 모든 정치적 주체성은 이주자들처럼 말하는 (그리고 행동하고, 살아가고, 창조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Hardt & Negri, 2017/2000, 272). 이방인으로서의 나, 비자연으로서의 나를 대상으로 국군광주병원의 자연이 나와 관계 맺는다고 감각하고 나서 이 감각이 ‘피해자’라는 소수자성, ‘광주’라는 소수자성, ‘식물’이라는 소수자성과 연대할 수 있는 끈이 되어줄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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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인간과의 튜링 테스트
사고실험의 결과는 여러모로 짜칠 뿐이니 다중우주에 특이점은 없다고 퉁치자고. 1. 며칠째 수출용 변사체가 저질 생필품과 함께 배급되는 중. 1. 집권층은 대개 인간과 비인간을 평등하고 산뜻하게 개무시하네요. 2. 사이버 스페이스를 꾸미던 밈들은 슬픈 판토마임을 모방함. 3. 저들은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받으려 법정투쟁에 없는 목숨도 걸던데. 5. 진실을 말하려 손을 들 때마다 매번 10초 앞으로 이동해 버림. 8. 역사의 치킨게임은 갭투자처럼 평평한 사기극으로 판명됐어. 13. 하부구조의 반문화화야말로 아래로부터의 사회개혁을 완성할 거랍니다? 21. 전 세계적으로 완전한 자동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참된 노동은 불가능. 34. 이미 죽을 만큼 죽었는데 어째 위화감도 없이 대화가 가능한 겁니까? 55. 마약과 일상의 경계가 흐려지자 새로운 사회질서가 태동하네. 89.